삼성 주가 ‘쇄신안 충격’ 극복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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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엇박자 주가=전날 떨어졌던 주가가 대부분 반등한 반면 올랐던 주가는 떨어졌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지주회사 전환이 미뤄진 데다 경영진 공백이란 악재로 떨어졌으나 삼성이 은행을 인수하지 않기로 한 게 역으로 호재가 됐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삼성이 비은행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면 보험이나 증권이 중심이 될 거란 예상에서다. 계열분리 기대가 무산돼 하락했던 호텔신라·제일모직도 1분기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로 반등했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4~5년 이상 걸릴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망 매물에 밀렸다. 삼성물산 역시 지주회사 전환 기대가 희석된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전자는 쇄신안보다는 시장 흐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중공업은 이날 중국 관련주가 급등하자 동반 상승했고, 전자는 정보기술(IT)주 조정 분위기에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기·삼성SDI도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전기·전자업종의 약세 흐름을 따라갔다.

◇앞으로 전망은=맥쿼리와 메릴린치 증권은 삼성물산의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에 지난 한 달 동안 30% 가까이 올랐던 데 대한 반작용에서다.

하지만 한화증권은 “쇄신안으로 삼성이 언젠가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거라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길게 보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주사 이슈보다 건설부문 영업이 호전되고 있는 데 더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메리츠증권도 삼성물산 건설사업 부문은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 건설로 미분양이 없어 영업실적이 꾸준히 좋아질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지급결제 기능을 가질 증권사가 은행 역할을 대신할 거라는 전망에서다.

이런 이유로 푸르덴셜·키움증권은 삼성증권 목표주가를 높였다. 25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 주가가 떨어지긴 했으나 상승탄력은 클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메릴린치는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 후 공격적인 설비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점쳤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가 주식소각이나 고배당으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정책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호텔신라·제일모직이나 특검과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난 삼성중공업도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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