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베트맨 포에버""아폴로13" 예상밖 국내흥행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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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미국인 취향 일변도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미국영화들이 줄줄이 국내 관객들로부터 냉대받고 있다.
올 여름 미국내 흥행에서 1~5위를 차지한 『배트맨 포에버』『포카혼타스』『다이하드3』『캐스퍼』『아폴로 13』중 1백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한 『다이하드 3』을 제외하고는 각 영화사 기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이 영화들은 「지 나치게 미국인만의 이야기」라는 흠을 빼놓고는 스케일도 크고 완성도도 뛰어나 서울에서만 1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이는 국내 관객들이 그동안 외래문화,특히 미국적인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열광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맛과 시각에 맞는 영화를 골라보는,「문화적 주체성」을 보이기 시작한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올 여름 개봉때 미국에서 1억7천만달러라는 최고의 흥행수익을올린 『배트맨 포에버』는 국내 개봉때 서울에서 고작 25만명의관객을 끌어들이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의의 사자 배트맨」 이야기가 미국인들에겐 익히 알려진 소재지만 우리에겐 낯선 소재라는 점이 한국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로 분석한다.
미국땅에 처음 이주한 영국인 선장과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 처녀의 사랑과 평화찾기 이야기를 다룬 만화영화 『포카혼타스』도마찬가지다.미국에선 1억3천만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지만 국내흥행실적은 서울관객 45만명 동원에 불과했다.
달우주선 아폴로13호의 우주사고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적 영웅 이야기 『아폴로13』도 미국인에게 과거의 향수를 자극,1억5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큰 화제를 낳았지만 국내관객동원은 50만명 수준.미국전래 만화영화를 소재로 귀여운 꼬마유령 이야기를 다룬 『아기유령 캐스퍼』도 45만명 동원에 그쳐 찬바람을 맞았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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