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부회장 "제대로 보필 못 한 내 책임이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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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복심(腹心)이자 그룹의 2인자로 불리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62·부회장)도 물러난다. 그룹의 돈줄을 관리해 온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도 동반 퇴진한다.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차명계좌 운용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역시 물러난다.

이학수 부회장은 22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매우 참담한 심정이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회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1997년 비서실장에 오른 뒤 10년 넘게 이 회장의 의중을 읽으며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 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82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된 뒤 20년 넘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은 그의 손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90년대 들어 범삼성가 계열 분리와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을 잘 마무리해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인주 사장은 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이다. 80년 제일모직에 들어와 90년부터 그룹 비서실에서 줄곧 재무를 담당했다. 외환위기 때는 모든 계열사의 부실과 문제점을 찾아내 강력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CJ와 신세계·한솔이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때는 복잡하게 얽힌 지분 관계를 말끔하게 정리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97년 이사에서 98년 상무, 99년 전무, 2001년 부사장, 2004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은 74년 제일제당에 들어와 93년 삼성화재로 옮겼다. 삼성투신 대표를 거쳐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은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핵심 재무 라인이다. 77년 제일합섬에 입사한 뒤 88년 삼성생명으로 옮겨 요직을 거쳤다.

2001년에는 삼성투신운용 사장, 2003년 삼성생명 자산·법인부문 총괄사장을 지낸 뒤 2004년 5월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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