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림픽 성화, 물리적 저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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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이 국내에서도 수난을 당할 모양이다. 봉송 주자들의 보이콧이 잇따르고 서울에서 성화가 봉송되는 27일엔 반대집회와 물리적 저지 움직임도 있다. 중국 올림픽위원회로부터 성화 봉송 제안을 받았던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와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은 어제 봉송 불참 입장을 밝혔다. 북한 인권단체와 보수단체 100여 곳은 ‘북경 올림픽 성화 봉송 저지 시민행동’을 구성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저지대회를 열 예정이다. 탈북자 단체 중심으로 ‘기동대’를 구성해 물리적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티베트 분리독립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는 중국의 비인권·비인도적 처사에 대한 항의란 점에서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성화 봉송 주자의 역할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다. 시민단체가 집회를 통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보장받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성화 봉송 자체를 저지하거나 중단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그럴 권리는 없다고 본다.

올림픽은 인류 평화의 축전이자 순수한 스포츠 제전이다.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그 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이미 여러 나라를 거쳐 오면서 정치적 곤욕을 치렀다. 반중국 시위대의 저항에 부닥쳐 성화 불씨가 꺼지고, 봉송로를 단축하거나 바꾸는 파행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그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에 인권존중을 촉구하면서 물리력을 동원하는 건 옳지 않다. 평화를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로 올림픽 성화를 무사히 보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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