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계 모국방문단 정돈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고향의 한가위 보름달을 55년만에 처음으로 보고 부모님 묘소에 성묘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광복 50주년을 맞아 해외동포 모국방문후원회(회장 姜英勳대한적십자사 총재)주선으로 고국을 처음 방문한 정돈기(鄭敦基.75)前 일본 니가타縣 조선상공연합회장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북구미가 고향인 鄭씨는 1940년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뒤 니가타縣에서 항공기 부품 제작회사를 차려 75년 니가타縣 조선상공연합회 이사장직을 맡은뒤 87년까지 연합회 회장으로 조총련에 가담한 친북(親北)인사였다.
鄭씨는『75년 한국의 모국방문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북한의 선전을 믿고「헐벗었다」는 남한의 친.인척을 위해 쌀과 헌옷가지를싸들고 고국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며『이제는 모두들 남.북한의 발전상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조총련계를 탈 퇴하고 민단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인 이일순(李一順.62)씨와 함께 4백여명의 모국방문단에 참여해 추석을 고향인 구미에서 보내기로 한 鄭씨는『활발한 남북교류로 통일이 돼 재일동포들이 갈등없이 고국을 마음껏 방문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올라온 동생 정민기(鄭民基.70)씨와 누나 정옥란(鄭玉蘭.79)씨를 55년만에 처음 만난 鄭씨는『무엇이 우리 남매를 그토록 오랫동안 갈라놓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郭輔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