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도촌마을, AI 살처분으로 지하수 오염 가능성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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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촌마을 정병희 이장이 지하수를 쳐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의 예방 살처분 등으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마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발매한 <월간중앙> 5월호에 따르면 재작년 11월, AI가 발병한 전북 익산시 황등면 도촌마을의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주민들의 보고가 있었다는 것.

AI 발생 양계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800m 정도 떨어진 이 마을 이장 정병희(62) 씨는 “지하수를 마신 마을의 개들이 죽고, 어린 아이들이 극심한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홍수가 잦은 데다 지대가 낮아 마을을 둘러싸고 묻은 사체 썩은 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이상징후와 관련해 익산시 등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역학조사를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씨는 “지하수 상태가 이상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시에 건의했지만 조사를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AI 발병 1년 만인 지난해 12월에 이 마을 수도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정씨에 따르면 이 마을 45여 가구 중 20여 가구가 여전히 지하수를 식수로 쓰고 있다고 한다. 수도를 이용하는 주민 중에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 이 마을 주민인 노모 씨는 “논밭에서 가꾸는 작물에 수돗물을 쓸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면서 2차적인 인체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AI가 발생하면 인근 가축시설을 중심으로 예방 살처분에 나선다. 이 때 폐사하지 않은 가금의 경우 포르말린이나 이산화탄소가스 등을 이용해 안락사시키는데, 포르말린의 경우 학계에서는 발암물질로 보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는 “만일 그런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익산시의 한 관계자는 “관련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조사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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