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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明철산동 주민들 장대비에 하늘원망-조치원邑 완전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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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光明=李炯敎기자]『빨리 비가 그쳐야 할텐데….』 26일 오후.마을전체가 물에 잠겨버린 경기도광명시철산1동 삼각주마을 주민 9백여명은 구멍뚫린듯 쉴새없이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만 쳐다보며 넋이 나간 모습들이다.
마을 위쪽 김중옥(金仲玉.48)씨 집은 집전체가 물에 잠겨 지붕만 빼꼼히 남아있다.마을 아래쪽으로 오면서 반쯤 잠긴집,방안까지 물이 찬 집등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줄잡아 1백~2백채.마치 수중 도시를 방불케했다.
안양천과 목감천이 만나는 이 마을 주민들은 비만오면 무섭다.
90년 대홍수때도 물난리를 겪었고 84년 홍수때도 수재민이 돼야했다. 『이 지역에서 17년동안 살면서 네번이나 이런 물난리를 겪었어요.비가 온다기에 가슴이 철렁했는데 결국 또 수재민 신세입니다.언제까지 이래야 합니까.』 주민 이영숙(李英淑.41)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23일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하천에 인접한 5가구부터 물에잠겼다.「원수같은」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마을쪽으로 밀려왔다.주민들은 비가 그치기만을 빌었지만 25일에는 경찰이 마을을돌며 긴급 대피방송을 시작했고 오후6시에는 2 백90세대 9백여명이 모두 간단한 짐만을 챙긴채 대피해야 했다.
『밖이 소란해 문을 열어보니 이미 물이 집마당에서 계속 차오르는 거예요.집사람.아이들과 허겁지겁 뛰쳐나왔어요.살아나온 것만도 다행이지만 우리 전 재산이 저 물속에 잠겨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주민 오원국(吳源國.42)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黃혜미(15)양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병간호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갑자기 물이 들어차 발을 동동 구르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언니와 몸만 겨우 빠져 나왔다.
주민들은 대피장소로 지정된 광명북중학교와 동국민학교,인근 친척집등에서「피난민 생활」을 하고있다.
주민들은 밤에는 대피소 마룻바닥에 스티로폴로 새우잠을 자고 아침이면 인근 동네 부녀회등 자원봉사자들이 말아주는 국밥등으로요기를 한뒤 마을을 찾아가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오곤 한다.
28일 개학을 앞둔 金은순(15.광명북중2)양과 또래의 친구들은 책과 노트가 모두 물에 잠겨 걱정이 태산이다.
전염병이 돌까봐 보건소에서 하루 한번씩 방역작업을 하고있다.
『물이 빠져도 가재도구를 말리고 쓰레기로 뒤덮인 집안청소를 해 정상생활로 돌아가는데는 몇달이 걸릴지도 몰라요.』 비만 오면 수재민이 돼야하는 이 마을 주민들의 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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