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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민들레 홀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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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는 유난히도 봄의 행보가 빠른 것 같다. 샛노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했더니 어느덧 구름같이 만개했던 벚꽃이 분분히 지고 풀밭 여기저기에 노란 민들레와 보랏빛 제비꽃들이 어우러졌다. 하늘거리는 하얀색 봄맞이꽃도 앙증맞다. 조금 더 지나면 민들레는 줄기 끝에 동그란 솜털 공을 피워 올릴 것이다. 민들레의 이 솜털은 관모(冠毛)라고 하는데 순수 우리말로 옮기면 ‘갓털’이다. 갓털 아래에는 까만 씨앗이 달려 있다. 갓털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씨앗이 다른 곳에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 민들레다. 서양 민들레는 토종 민들레보다 번식력이 강해서 토종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고 한다. 이러다가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를 구별하는 방법은 꽃을 감싸고 있는 총포(總苞)를 보면 된다. 서양 민들레는 총포가 아래로 젖혀져 있는 반면 토종은 꼿꼿이 서 있다.

흔히 ‘민들레 홀씨’라고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식물에는 꽃을 피운 다음 씨앗을 만들어 번식하는 종자식물과, 양치류나 버섯처럼 꽃이 피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홀씨식물이 있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종자식물이다.

이번 봄에는 들에 나가 민들레 갓털을 잡고 살며시 뽑아 보자.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에서 주인공 개미가 올라타고 낙하산처럼 둥둥 떠가던 길쭉한 민들레 씨앗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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