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보는 이청준 단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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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이청준문학의 진한 향기를 전해주었던 영화 『서편제』.『서편제』에서 만났던 작가 이청준과 배우 김명곤이 연극무대에서 재회한다. 『서편제』에서 걸쭉한 소리연기로 감동을 주었던 김명곤씨가80년 발표됐던 이청준의 단편『조만득씨』를 『배꼽춤추는 허수아비』로 각색,9월1일 바탕골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소설이 연극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행운이지만 그런 뜻에서 졸작 「조만득씨」가 「배꼽춤추는 허수아비」로 다시 태어나게된 것을 조만득씨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해 더욱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서편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金씨는 『「조만득씨」를 6개월동안 각색하면서 전체적인 장면구성을 확연하게 잡을 수 없는 혼돈이 계속되었다』며 『재즈댄스와 컴퓨터음악,풍물과 전통춤을 동원하고 비명과 절규,구음의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소외된 자의 분노를 표출하겠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조만득씨」는 변두리의 가난한 이발사로 생활주변의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과대망상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메모지에 자신의 사인을 하여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그는 정신병원에서만 행복을 느낀다.그런 그를 담당의사와 간호사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발휘해 치료,현실로 돌려보내지만 현실 속에서 그는 홀어머니를 죽이고 자살을 한다.
86년 극단「아리랑」을 창단한 金씨는 92년 아동극 『마법의동물원』이후 3년만에 연극계에 복귀하는 셈.타이틀 롤인 조만득역에는 『돈키호테』『대머리여가수』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중견배우 권병길씨가 맡았다.10월17일까지.
(764)1654.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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