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용섭 교수"조선후기 농업사연구1"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한국 사회경제사연구의「큰 나무」 김용섭(金容燮)연세대 사학과교수가 전질7권 분량의 저작집을 간행키로 하고 제1권으로 『증보판 조선후기농업사연구1』(지식산업사刊)을 상재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학계풍토에서 연구논문만으로 7권의 저작집을 낼만큼 학문적 성과를 쌓는 경우가 흔치 않을 뿐 아니라 제1권의 경우 지난 70년 출간됐던 『조선후기농업사연구』의 상당부분을 보완한 진지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金교수는 이번 증보판에서 고부(古阜)군 양안,임천(林川)군 가좌초책(家座草冊.관내주민의 호구,신분,재산등을 가좌별로 조사해 놓은 지방수령의 통치참고자료)등 새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갑오농민전쟁발생지역 및 무전(無田)농민의 농가경 제와 대구지방의 신분.사회변동 등 기왕의 연구에서 미흡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대폭 보완하는 열의를 보였다.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金교수는 이미 60년대 중반「한국을 찾는 엘리트」의 한사람으로,또 90년대 들어선 「한국을 움직이는 실세 101인」중 한명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한국 사학계를 언급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
이는 그가 40여년에 걸쳐 일관되게 조선후기 이후의 농민.농촌경제를 파고들어 일제의 식민사관이 심어놓은 한국사의 정체성(停滯性),타율성론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식민사관 극복은 구체적 사실(史實)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믿은 金교수는 동학혁명을 연구하다 「제대로 된 농업사연구가 농업국가인 우리나라의 역사를 체계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농업연구로 눈을 돌려 50년대후반부터 양안(量案. 토지대장).호적대장 등 실증분석에 매달렸다.그는 결국 이를 통해 조선후기부터 봉건체제가 서서히 해체되어 나가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갑오경장(甲午更張)이전부터 경영형 부농(富農),소작료 금납화(金納化)현상 등 자본주의의 싹이 나타났음을 입증했다.이같은 金교수의업적은 한국사는 자주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채 중국.일본등 외재적 요인에 의해서만 변화가 가능했다는 일본학자들의 주장에 대한통렬한 반박이었던 것.
때문에『양안연구』(60년)를 비롯해 『조선후기농업사연구2』(70년),『한국근대농업사연구 상.하』(75년),『조선후기농학사연구』(88년)『한국근현대농업사연구』(92년)등 그의 논문.저서가 나올 때마다 학계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현재 저작집의 제7권이 될 『한국중세농업사의 제문제』원고를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한다.나머지 저작집은 이미 나온 연구서를 재출간하는 형태이나 이 책은 실증분석이 주내용인 전작들과달리 중세의 역사발전 흐름을 중요문제별로 정리하 는 사론집 성격이 짙기 때문이라는 것.
金교수는 『앞으로 사회경제사 중심의 한국통사를 써 보고 싶은데 건강이 허락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는데 출판사측에선 학생들의 호평을 받았던 『현대 사학사』강의등 金교수의 강의안까지 묶어 저작집을 10권으로 낼 것을 검토하고 있 다.
정창렬(鄭昌烈)한양대 사학과교수는 『한국사학의 연구방향을 한국사의 내재적 발전요인에서 보도록 하는 결정적 전환을 가져 온학자』라며 金교수의 저작집 출간을 반겼다.
金成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