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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를 돋워주는 ‘오사리 조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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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20일은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다. 해마다 곡우 철이면 전남 영광 앞바다(칠산)엔 알을 밴 조기 떼가 몰려온다. 이를 ‘오사리 조기’ ‘곡우살 조기’라 한다. 진짜 영광 굴비는 바로 이 오사리 조기를 갯바람에 말린 뒤 법성포 들판에서 통보리 속에 묻어 보관한 것이다. 보통 굴비는 20마리가 한 두름인데, ‘오사리 굴비’는 10마리가 한 두름이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그만큼 맛이 기막힌 것은 알이 차고 살이 오른 조기와 습도 차가 큰 법성포의 특수한 기상조건 덕분이라고 한다.

조기는 서해안의 대표 생선이다. 제주도 남서쪽인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지내고 3월 말∼4월 중순에 칠산 바다에 도달한다. 4월 하순엔 서산 앞의 목덕도, 5∼6월엔 연평도 근해까지 북상해 산란을 마친다. 연평도 조기 어장은 대개 6월 10일까지 성시를 이룬다.

생선치곤 기이한 ‘조기(助氣)’라는 이름은 사람에게 기(氣)를 북돋워주는 효험이 있다 해서 붙여졌다. 석수어(石首魚)라고도 불린다. 머리에 돌같이 단단한 2개의 뼈가 있기 때문이다. 분류학상 민어과 생선으로, 부세ㆍ흑조기ㆍ황강달이ㆍ민어도 민어과에 속한다. 이 중에서 조기가 가장 비싸다. 그래서 부세를 조기로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식별이 힘들지만 조기는 배 상단의 옆 선(흰색 2줄)이 두껍고 선명한 반면 부세는 옆 선이 약하고 희미하다. 조기는 또 참조기ㆍ후조기ㆍ보구치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대표 격인 참조기는 노란색에 입술이 불그스름하고 몸통이 통통하다.

한방에선 조기를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품으로 친다. 평소 소화력이 약하거나 입이 짧은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추천한다. 『동의보감』엔 “순채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소화가 잘되며 기를 보한다.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면서 갑자기 이질이 생겼을 때 유용하다”고 적혀 있다. 고종 때 황필수가 저술한 『방약합편』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다. 위 건강에 유익하며 설사를 다스린다. 머릿속의 뼈는 태워 재를 만들어 임질 치료에 쓴다”고 돼 있다.

흰 살 생선인 조기는 단백질(참조기 생것 100g당 18.3g)이 풍부하고 지방 함량은 적어(1.7g) 맛이 담백하다. 또 100g당 열량이 93㎉로, 기름진 붉은 살 생선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굴비는 말린 생선이니만큼 생조기에 비해 단백질(100g당 44.4g)ㆍ지방(15.2g)ㆍ열량(332㎉)이 높다. 또 소금에 절인 상태여서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도 꽤 많이 들어 있다(100g당 412㎎). 그러나 소금에 절여 말린 정어리의 나트륨 함량(2400㎎)보다는 낮다.

조기는 눌렀을 때 살에 탄력이 있고 전체적인 색은 거무스레하되 배 부위는 황금색을 띠는 것이 상품(上品)이다. 간혹 싱싱하게 보이도록 배 부위를 치자 색소 등으로 노랗게 칠한 것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기를 구입할 때는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눈이 선명한지, 살이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지, 아가미의 색이 선홍색인지 확인한다. 국내산 참조기는 꼬리의 길이가 짧고 두툼하며 부채꼴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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