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삼성 경쟁사엔 지금이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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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8일 삼성 고위 경영진이 대거 기소됨에 따라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재판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새로운 성장 전략에 차질이 빚어져 디지털 제품을 둘러싼 세계시장 판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이번에 총수의 구속은 피했지만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익이 줄어드는 등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단 삼성 계열사 주가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18일 거래소·코스닥에 상장된 17개 계열사 가운데 12개가 올랐다. 호텔신라(7.5%)와 에스원(6.1%)이 많이 뛰었고, 삼성전기·삼성테크윈도 4%를 넘었다. 주력인 삼성전자(0.6%)는 소폭 올랐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삼성 계열사는 그동안 특검 때문에 원화가치 하락 등 호재가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수뇌부는 다음주 초 발표할 경영 쇄신안 다듬기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은 쇄신안이 발표되면 그동안 미뤄왔던 현안들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방침이다. 김용철씨의 폭로로 ‘잃어버린 6개월’ 동안 손도 못 댔던 시급한 경영 현안들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서다. 투자 계획과 신규 채용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그룹 전체로 24조∼26조원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와 조직 재정비, 투자·채용 계획 확정이 당장 급한 숙제다. 예년 같으면 모두 연초에 끝냈어야 할 중요한 일들이다.

삼성이 내놓을 경영 쇄신안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는 그룹 내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은 11일 특검 사무실에서 쇄신안과 관련한 메모를 직접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쇄신안 확정을 위해 전략기획실 재무팀과 기획팀에서 정리한 자료를 검토하는 한편 그룹 안팎 주요 인사들의 의견도 듣고 있다. 전략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쇄신안 발표는 이 회장이 직접 하지는 않되 가급적 최고위 경영인 중 한 명이 한다는 방침만 정해졌다”며 “누가 쇄신안을 발표할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은 올해 창사 70주년, 이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아 경영체제 개편과 혁신을 고민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이 회장은 경영을 전략기획실과 계열사 사장단에 맡기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본인은 주로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그룹의 미래전략 등 경영의 큰 틀과 원칙만 제시해 왔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삼성 특검도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략기획실 주도의 경영시스템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전략기획실 운영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경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외국 기업인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천문학적인 자금 마련 문제를 고려할 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표재용·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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