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졌네] 봉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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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재개발.재건축에다 도로 개통, 택지 개발 등으로 종전과 확 달라진 곳이 속속 나온다. 이런 곳엔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살기 좋아져 투자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신개발지와 따근따근한 현장 소식을 격주로 싣는다. [편집자]

달동네의 대명사로 불렸던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가 고층아파트 숲으로 바뀌고 있다. 판자촌이 들어선 지 37년 만의 일이다. 이제 봉천동에서 달동네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일부 원주민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달동네에서 신흥 아파트촌으로=봉천동(奉天洞)은 인근 관악산이 험하고 높아 하늘을 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2개 동에 23만4500여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국.공유지인 이 일대는 1960년대 말부터 여의도와 청계천 이주민들이 몰려와 5~10평짜리 무허가 집을 지으면서 달동네가 형성됐다.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길이 좁고 늘 진흙탕이었다. 그 길이 4차로 도로로 바뀌고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섰으니 상전벽해 아닌가. 이렇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두산.벽산아파트가 들어선 봉천9동 비탈길에서 35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경자(68)씨의 말이다.

당시에는 판잣집.벽돌집뿐이었고 반반한 집이라고는 5층짜리 관악아파트와 단독주택 몇 채가 전부였다고 朴씨는 회상했다. 원주민들은 15년 전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하나 둘씩 떠나가 지금은 전체 인구 중 5% 정도만 남았다. 달동네의 흔적을 보여주는 건물은 관악아파트 2개 동과 은천초등학교가 고작이다.

이런 봉천동이 신흥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다. 관악구 전체 4만2400여가구의 55%가 봉천동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2만3000여가구에 이른다.

도로 교통은 남부순환도로.관악로가 뚫려 강남.강서지역으로 오가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지하철망도 괜찮다. 2호선 봉천역.서울대입구역이 있고, 봉천동 고개만 넘으면 7호선 숭실대입구역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 가구수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봉일.현대시장 등 재래시장이 있으나 인근에 큰 할인점과 백화점이 없다. 벽산타운 주민 김은실씨는 "현대시장을 주상복합 형태의 최신식 시장으로 고치고, 할인점을 유치하면 생활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악구 대표 아파트타운 되다=봉천동이 고층아파트 숲으로 변신한 것은 80년대 중반 10여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추진되면서부터.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 철거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90년대 초 아파트단지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91년에 입주한 관악현대아파트(2134가구)를 시작으로 15~20층짜리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다. 봉천동 일대 재개발은 벽산.대우.두산건설 등이 주도해 왔다.

봉천2동 동아(2090가구).봉천6동 우성(2314가구).봉천본동 두산(2561가구)아파트는 낙후됐던 봉천동의 이미지를 바꾼 주역이다. 2001년에는 5387가구의 매머드 단지인 관악드림타운(삼성.동아아파트)이 들어섰다. 지난해 말 벽산타운(2904가구)과 대우푸르지오(2496가구)가 새 주인을 맞으면서 봉천동 일대는 관악구 대표 아파트촌의 자리를 굳혔다.

삼성공인 이대호씨는 "10년 전에는 1만2000여가구의 재산세를 모두 합쳐도 연간 5000만원밖에 안 되는 동네였다"며 "지금은 관악구 지역경제를 이끄는 중산층 마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오는 5월 동부센트레빌(487가구)이 입주하고, 벽산타운3차(281가구)와 이수브라운스톤(148가구)이 내년 3월 완공되면 봉천동은 아파트촌 형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남은 재개발구역은 봉천10, 11구역 정도인데, 규모가 크지 않다.

◆일부 아파트값 평당 1100만원 넘어=봉천동 일대 아파트값은 평당 850만~1150만원이다. 지하철역과의 거리에 따라 단지별로 가격차가 크다. 봉천역에서 가까운 두산아파트는 24, 33평형의 경우 평당 1100만원을 웃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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