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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현모양처의 꿈, 버릴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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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1950년대 미국 최고 명문 여대라는 웰슬리. 영민한 명문가의 딸들이 모여 재기를 뽐내며 학문을 닦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오로지 잘 나가는 집안의 하버드대 학생을 만나 청혼을 받는 것. 어려운 철학.문학은 남편과의 지적인 대화를 위해, 미술사는 교양있는 사교 활동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

전통은 숨쉬지만 그만큼 답답한 이 학교에 캘리포니아 출신의 자유분방한 미술사 교수 캐서린(줄리아 로버츠)이 부임한다. 웰슬리에 생기를 불어 넣고 여학생들의 사고를 바꿔 보겠다고 분기탱천했던 캐서린은 첫 수업부터 낭패를 본다. 학생들은 오만하기 그지 없고, '현모양처'가 되고자 하는 자신들의 꿈을 깨주려는 캐서린을 오히려 비방하고 공격한다. 그러나 여전사 캐서린이 질쏘냐. 미술사 강의를 '클래식'한 고전에서 벗어나, 현대 미술로 훌쩍 뛰어 넘는다. 빗길을 뚫고 학생들과 함께 잭슨 폴락의 작품을 보러 가는 캐서린. 비 오는 날 이게 뭐냐며 구시렁거리는 학생들에게 캐서린은 "제발 이 순간만큼은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폴락의 작품은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이야기 그 자체다. 테크닉도 없고, 뚜렷한 주제도 없이 물감을 떨어뜨리고 불기만 한, 아이들 장난같은 그림에서 자유와 열정을 느껴 보라는 것이다.

영화는 재학 중 최고 명문가 자제와 결혼하나 결혼생활이 불행한 베티(커스틴 던스트), 하버드대생과의 약혼을 위해 법대 진학을 포기하는 수재 조앤(줄리아 스타일스), 이혼한 부모 때문에 자유 연애를 즐기는 유대인 처녀 지젤(매기 질렌홀)의 이야기를 보탠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 캐서린의 열정에 감동한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학교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캐서린을 떠나 보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할리우드 여배우를 한데 모아놓고, 50년대 이미지를 제법 잘 복원했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결론과 빈약한 스토리 때문에 영화는 매력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을 만든 마이크 뉴웰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언뜻 믿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도 더이상 싱그럽지 않다.

홍수현 기자

*** 모나리자 스마일 ★★☆ (만점 ★ 5개)

감독 :마이크 뉴웰

주연:줄리아 로버츠.커스틴 던스트.줄리아 스타일스

장르 :드라마 등급:12세

홈페이지 : www.sonypictures.com/movies/monalisasmile/site

20자평 : 한국이 학벌 지상주의 사회라고? 미국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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