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제권이흔들린다>下.취약한 금융 기업지원 역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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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대전 경제가 요즘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취약한 제조업.서비스업의 이상 비대(肥大),낙후된 금융등 산업구조 자체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대전은 몇 차례의 행정구역 개편으 로 면적(5백37평방㎞)은 5개 광역市 가운데 가장 넓어졌다.
인구(1백24만명)는 5개시중 가장 적은데도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인구 비율(56.6%)은 광주에 이어 두번째로 낮고 실업률(4%)은 부산 다음으로 높다.
〈94년기준 韓銀조사〉 일터가 부족한 탓이다.
제조업 생산액이 5대 도시중 꼴찌며 제조업체중 중소기업체 수가 98.7%에 달한다.
박성효(朴城孝)대전시 지역경제국장은 『이렇다할 대표 산업이 없기 때문에 호황때 동참은 못하고 불황은 가장 먼저 탈 수밖에없다』고 말한다.
전국 25개에 달하는 국가공단이 없는 광역시는 대구와 대전뿐이다. 국가공단 설립은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아직 지켜지지 않고있다.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 근처에 대기업 위주 소재산업공단을유치하기로 하고 서울등지에서 홍보에 나섰으나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땅값만 평당 47만여원으로 광주의 두배 가까이나 돼 대기업들이 입주를 꺼리기 때문이다.
한만우(韓万愚)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지금 대전에 필요한 것은 수십개의 중소기업보다 몇개의 대기업,그것도 대전에 본사를 두고 예금도 대전에서 하는 지역기업』이라고 말한다.
기업만이 아니라 금융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영진건설이 부도났던 지난달 말 토착 금융기관인 중앙상호신용금고가 예금인출 사태 끝에 신용관리기금의 공동관리를 받게 됐다.
대전.충청지역 유일(唯一)의 투자신탁회사인 중앙투신은 최근 서울소재 증권사들에,역시 지역상공인들의 출자로 설립됐던 중앙생명은 서울의 안국상사에 각각 소유권이 넘어갔다.
대전은 全산업중 서비스업 비중이 54.3%로 전국 평균(46.9%)보다 훨씬 높지만 이는 도소매.음식.숙박업등 소비업종이발달돼 있기 때문으로 실물 경제를 뒷받침해 주는 금융.보험업은취약하다.금융기관 점포수는 5대 도시중 가장 적으며 여.수신액도 가장 적다.
특히 전체 예금대비 대출 비율이 68.5%밖에 안돼 지역에서조성된 자금중 상당부분이 서울등 외지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심하다.지역 금융이 취약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부도등 위기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최근 대형업체들의 잇따른 부도가 대부분 자산은 있으나 급한 불을 끄지 못해 쓰러지는 「흑자부도」 성격인 점도 상당부분은 취약한 금융에 원인이 있다.대전상의는 최근 청와대및 재경원.국세청등 6개 기관에 진정서를 냈다.
대전 경제회생을 위해 부도 피해업체들에 특별 금융지원을 해주고 세금도 유예 또는 감면해달라는 청원이었으나 아직 대답받지 못해 지역상공인들은 초조해 하고 있다.
[大田=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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