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민권자 총영사’ 논란 이웅길 내정자 자진 사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 애틀랜타 총영사로 내정 발령을 받았던 이웅길씨가 1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씨는 이날 오후 외교통상부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박준우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이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새 인물을 인선할 방침이다.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이씨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비서실에서 해외 파트를 담당했으며,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4일 공관장 인사 발표 직후부터 이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인사를 발탁한 ‘보은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왔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씨 외에도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사 3명이 상하이와 로스앤젤레스·시애틀 총영사로 내정됐었다.

이씨는 특히 미국 시민권자여서 논란의 초점이 됐다.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은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이씨는 내정 발표가 난 직후 법무부에 국적 회복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식 임명되는 시점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게 되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었다. 1965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씨는 애틀랜타 현지에서 ‘오거스트 문’이란 상호의 일식점과 잡화상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의 총영사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애틀랜타 현지에서는 비판 여론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교포 L씨는 “교포 사회에서 두루 존경받던 인물이 아니라 과거에 이회창 대선 후보의 후원회를 조직하는 등 선거 때마다 서울을 오가던 인물이어서 이번 인사에 대한 교포 사회의 여론이 매우 나쁘다”고 알려왔다.

이 밖에 로스앤젤레스 총영사로 내정된 김재수 인하대 겸임교수도 현재 미국 영주권 포기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박 실장은 덧붙였다.

미국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 내정자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이 BBK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네거티브 대책단의 해외팀장으로 현지 대책을 담당했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