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8.주장의 정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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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회까지 17회에 걸쳐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다음 논의로 넘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우선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은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논술의 논제에는 쟁점이 있어야 한다.그렇기 때문에 쟁점이 없는 문제는 논제로 적합하지 않으며 학생들도 어떤 논제든그것이 문제삼고 있는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친 이론적 지 식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쟁점에 대해 명확한 주장이 제시돼야 한다.논술은 주어진쟁점을 단순히 이해하거나 관련 지식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논술의 요체는 그 쟁점에 대한 주장을 명확하게 개진하는 것이다.따라서 쟁점에 적합한 주장을 제시하지 못하거 나,그 주장이주어진 쟁점이나 논점을 벗어나서는 좋은 논술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독자들은 너무도 당연한 교과서적 설명이라생각할지도 모른다.물론 그렇다.그러나 이 당연하고 교과서적인 두가지 내용은 논술의 핵심이다.그렇다고 주어진 쟁점에 대해 주장만 개진한다고 완전한 논술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인가.그렇지 않다.왜냐하면 아직 논술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문지상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쟁점에 대해 서로 의견을 달리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는 논리적 근거를 통해 정당화하는데는 약하다.주장의 논리적 정당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절대 좋은 논술을 작성할 수 없다.논술의 요체는 어떤 주장을 선택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왜」그 주장이 정당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근거 없는 주장」은 논술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주어진 쟁점에 대해 어떤 주장을 선택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정당화하느냐에 따라 점수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올해 이화여대의 논제 「젊은 사람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을 논박하라」는 식으로 하나의주장을 제시하면서 그것의 논거만을 묻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논술은 주어진 쟁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가,그리고 얼마나 설득력있는 정당한 논리적 근거를 갖고 쟁점에 적확한주장을 전개하는가를 측정하는 시험형식이다.
따라서 논술을 작성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점,즉▲쟁점이 무엇인가▲어떤 주장을 택할 것인가▲그 주장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를 필히 점검해보아야 한다.
金蒼浩〈本社전문기자.哲博〉 〈다음 회에는 「근거는 논리적으로타당해야」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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