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實名制는 엄격히 稅부담은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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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융실명제가 실시 2주년을 맞는다.이는 현정부가 자랑하는 개혁적 업적의 하나다.그 성과는 조급하게 측정할 수 없는 장기적개혁의 시작이다.그런데 지금 여당일각에서는 금융실명제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마치 패배한 양 이를 속죄양으로 삼 는 비판이 일고 있다.그러나 금융실명제를 비틀거리게 해서는 안된다.오히려 그 실시가 흐리멍텅한 것에 서민계층은 불만이다.
금융실명제는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그 방향은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철저히 시행하되 세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여 세금을 정직하게 내고도 기업을 할만하게 해야 한다.
첫째,현행제도는 차명거래를 도와준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너무 경미하고,차명한 예금주와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 대한 제재가전혀 없다.차명예금은 사실상 금융자산의 명의신탁이다.부동산의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신탁자와 수탁자 그리고 이를 교사.방조한 사람까지 모두 형벌로 다스리고 있다.금융자산의 차명거래나 부동산의 차명거래 거의 모두가 탈세.부정부패.강제집행 면탈등 반사회적 행위를 수반하고 있다.부정부패.탈세는 오히려 금융자산의 차명거래에서 더 극심한 것이다.최소 한 차명거래를 방조한 금융기관,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자,그리고 이를 알고 이름을 빌려준 자를 제재하는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둘째,내년부터 실시될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연장론은 금융실명제의 뼈를 뽑겠다는 反개혁의 발상이다.또한 종합과세하더라도 부부합산 기준으로 금융소득이 연간 4천만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한다.중산계층은 예금원금으로도 4천만원을 가지고 있는 가계가 희소하다.그리고 계속 이자가 분리과세되는 장기채권 구입,배당보다 양도차익을 겨냥하는 주식의 보유,CD를 적절히 운용하면서 차명(借名)을 적절하게 구사하면 금융소득의 종합과세는 쉽게 피할 수 있다.
과연 내년에 몇사람이나 종합과세를 받을지 의심스럽다.잘못하면금융소득의 종합과세는 껍데기만 남게 되기 쉽다.또한 예금은 이를 차명으로 하더라도 등기.등록한 재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부동산의 명의신탁처럼 증여세도 과세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차명거래는 고삐풀린 말이 된다.이러한 허점은 보완되어야 한다.
종합과세는 4천만원에서 1천만원 수준으로 내리고,분리과세 금융상품은 제한하며 비실명거래의 온상이 되는 CD는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특히 기업이 금융실명제에서 봉착하는 두려움은 거래의노출로 인한 세부담의 가중(加重)이다.이를 적절하게 완화하지 않는한 금융실명거래를 필사적으로 회피할 것이다.기업은 모두 세금을 제대로 내고는 장사할 수 없다는 의식에 젖어 있다.그리고세금부담의 과중 여부는 단순히 세율의 높이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세율을 낮추면서 그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계급금액을 함께 끌어내리면 고소득층의 세금은 많이 경감되겠지만 중산계층,특히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의 세율인하는 바로 이 방법을 썼다.세율 외에도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세법조문은 얼마든지 있다.대표적인 것이 돈은 기업에서 지출됐는데 세무계산으로는 이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사실은 소득이 아닌데 세법이 소득으로 의 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이들이 세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그러므로 거래의 노출로 증가하는 세부담을 상쇄하기에 족하도록 세율을 더 내리고 과세계급금액은 더 높여야 한다.그리고 불합리한 비용부인.소득의제규정을 함께 정비,세법을 단순 화하여 국민이 지키기 쉽도록 해야 한다.금융실명제는 엄격하고 철저하게 시행하되 세부담의 적정화로 정직하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를투명.정직하게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금융실명제가 이를 비틀거리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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