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파문 錢主는 누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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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이 말한 「비자금」의 실체는 4천억원인가,1천억원인가.또 이 돈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徐前장관은 기자들과의 모임에서 「전직대통령이 4천억원 계좌의비공식적인 실명전환 의사를 타진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에 제출한 경위서에서는 4천억원 계좌의 소유를 「5共 실력자」라고 표현했다.
정작 徐前장관에게 김일창(金溢昌)씨를 통해 실명전환의사를 타진했다는 송석린(宋錫麟)씨는 8일밤 中央日報와의 단독인터뷰에서『실명전환 제의를 받은 것은 카지노 돈 1천억원』이라고 말해 전주(錢主)와 액수의 진실에 관해 궁금증이 일파 만파로 증폭되고 있다.
우선 4천억원 계좌는 전직 대통령이나 측근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새정치국민회의(가칭)의 김원길(金元吉)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때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의 1천2백억원 비자금 보유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비자금 규모가 宋씨가 밝힌 액수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할필요가 있다.또 서울시 배드민턴연합회장인 宋씨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유난히 강조한 5共시절의 새마을운동본부 책임자였던 전경환(全敬煥)씨와 친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全씨는 다음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그동안 카지노업계에 가.차명으로 위탁해둔 비자금을 실명화할 수밖에 없어 실명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宋씨가 문제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인사에 대해 某 카지노 경리부장인 것으로 언급했고 국내 카지노업계가 관광산업의 하나로 본격 육성되기 시작한 것이 5共초기였다는 점도 전직대통령측의 돈이라는 추측에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다.
둘째는 宋씨가 말한 돈과 徐장관이 말한 돈이 별개인 경우다.
이 경우 단순 사채업자의 돈이나 카지노업계의 돈으로 상정할 수있다. 사채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뭉칫돈이 「전직 대통령의 돈」이라는 근거없는 꼬리표를 붙이고 흘러다녔기 때문에 사채업자의 돈이 실명화 요구 전달과정에서 전직대통령 돈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 사채업자의 돈이라고 할 경우 과연 1천억원을 갖고 있는 「큰손」이 존재할 것인지,또 이같은 사채업자가 정부를통하는 위험스러운 방법으로 실명화하려 했을지등 의문이 제기된다.
셋째는 이돈의 실체가 없는 경우다. 그러나 검찰조사결과 1천억원대 비자금 계좌가 있는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이경우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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