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의 매듭" 맺기와 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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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사연구란 일종의 매듭짓기 작업이다.「매듭을 맺다」의 완결성과 「매듭을 풀다」의 청산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 역사의 매듭짓기는 광복이후 50년현대사에서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시대적 과제다.21세기라는 전혀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지난 50년의 굴곡된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中央日報는 올 한해의 주제를 「역사의 매듭과 대전환」으로 삼았다.
과거의 어떤 매듭을 풀고,오늘의 새 매듭을 맺어야 할 것인가.우리가 당면한 매듭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분단 한국이라는 매듭과 恨을 풀지 못하는 남북관계,지배와 피지배의 과거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韓日관계,세계화속의 경제동반자로서 함께 가야 할 韓美 경제관계다.이 세가지 관계의 매듭이 풀리고 새롭게 맺어지지 않는한 우리의 내일은 기약하기 어렵다.
이런 명제를 풀기 위해 本社는 이미 지난 5월 모스크바 현지에서 관계전문가들로 구성된 모스크바 포럼에서 남북문제를 심도있게 토론했다.이어 9일부터 韓日관계의 매듭을 풀고,새로운 관계설정을 모색하는 대토론회를 열게 되었다.
문명론적 관점에서 韓日간 문화교류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전후(戰後)50년의 정치사적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韓日양국은 동북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 어떤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것인가.1백억달러 무역역조에 과학기술의 예속화 를 강요하고 있는 韓日경제의 매듭은 어떻게 풀고,동북아시아지역권내 「공동의 집」을 지을 것인가 등을 韓.美.日의 전문가들이 열띠게 토론하는 모임이 될 것이다.
하버드대학과 공동개최할 9월의 보스턴 포럼은 韓美경제의 과거와 내일을 토론할 양국 경제전문가들의 모임이 될 것이다.지난날원조경제에서 오늘의 통상마찰이라는 관계로 발전한 양국의 경제는어떤 모델과 어떤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해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게 된다.
역사의 매듭과 대전환,이 난제를 풀기 위한 첫작업이 이제 막시작됐다.韓.美.日 3국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대토론회를 시발점으로 정부.기업.지식인들이 함께 중지(衆智)를 모으고 방향을 설정해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하는 기회 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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