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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파문-연희동의 수입.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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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의 거액 비자금說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연희동 씀씀이」가 세인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재임기간 내내 두사람에게는 거액촌지說이 따라 다녔다.그 부분은 증언자가 많다.어떤 국회의원은『全대통령에게 받은 봉투를 뜯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0이 하나 더 붙어있었다』고 얘기할 정도다.全씨보다 손이 훨씬 작았다는 盧씨도 수석.장 관들에게 수천만원의 퇴임촌지를 뿌릴 정도였다.
퇴임후 그런 촌지의 규모와 수는 많이 줄어들었다.그러나 그 기운은 여전하다는 것이 여러사람의 증언이다.한 여권인사는『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이 가까운 이의 조의금으로 1천만원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전직대통령의 거액 비자금說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실제로 그들은「주변인사 관리비」로 상당한 액수를 지출하는 것으로 탐지되고 있다.또 사실이든 아니든 연희동 신당 창당說도 그런 자금력에 바탕을 두고있다.전직대통령들 의 수입과 지출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국가지원과 개인수입으로 나눌 수 있다.국가보조는「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국가는 현직대통령 보수의 9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한다.보수는 본봉.보너스 등이며 수당은 제외된다.全.盧씨는 똑같이 매월 5백30여만 원씩 받는다.여기에 사무실.교통.통신비등의 지원용으로 4백여만원씩이 지급된다.합치면 월 9백30여만원이다.
盧씨는 청와대경호실의 1개과(약 20명),경호기간(퇴임후 7년)을 넘긴 全씨는 20여명의 경찰관(팀장 총경)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이들이 묵는 숙소는 국가재산이다.
공개된 개인수입은 주로 금융소득이다.全씨는 88년 11월 백담사에 가기전 재산을 공개했다.이중 정치자금잔여분 1백39억원은「국가헌납」약속에 따라 89년 4월 국고에 귀속됐다.나머지 재산중 예금 23억원은 그동안 상당히 증식됐을 것 이며,이자소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이밖에 서초동 땅 2백평이 있는데 자산운용상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盧씨는 취임직후인 88년 4월 대구.안양의 땅과 연희동주택,예금.주식등 5억2천만원의 재산을 공개했다.그후 추가공개는 한번도 없었다.세간에 드러난 것은 대구 팔공보성아파트 80평짜리뿐이다. 생활비만으로 보자면「사회유력인사」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하지만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주변인사들에게 지급되는「관리비」가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측된다.
全씨는 대표적으로 88년과 92년 총선때 민자당의 일부 민정계 후보들에게 최소한 수천만원씩의 격려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全씨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고 관리비는 이에 비례할 것이다. 측근들은 액수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면서도 그런 관행은 시인했다.측근은『全前대통령은 그런 면에서는 통이 크다.추석.연말등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평소 자신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자신을 도와주는 이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다』고 했다.그 밖에인연을 지켜야할 사회인사들의 숫자가 많아 이 경비는 생활비보다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일반적인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지출비중 가장 큰 몫은 경조비라 할 수 있다.상가에는 조화,경사에는 양란을 보내는데 한달에 각각 6~7개 정도라고 한다.
가격은 개당 10만원.
경조봉투의 규모는 통상 1백만원,많게는 수백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全씨의 스타일로 보면 특별한 경우에는 이를 상회할것으로 보인다.5共 주요관료의 딸이 삼풍백화점붕괴사고로 죽자 두툼한 봉투를 조의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全씨는 매주 화요일에는 골프,목요일에는 등산을 즐긴다.측근은『골프는 한달에 3번정도는 초대받고,한번정도 초청한다.그래서 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全씨는 5공의 장.차관,군후배,친분이 있는 기업인들과 주로 어울린다.주로 2개팀인데 때론 더 큰 규모도 있다.全씨는 초청에 대한 답례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모임을 주재하는데 1백50만~2백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全씨는 캐디피를 규정에 따라 5만~6만원을 지불하는데「버디(규정타에서 1타를 건지는 것)팁」으로 약간의 추가성의를 표시한다.클럽하우스 팁은 3만~5만원.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주는 팁은 15% 정도.식대가 30만원 나왔으면 5만원을 준다.
등산에는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주로 북한산에 가는데일행은 대개 전직 경호실장.장관등 30명내외다.각자 도시락을 싸오는 것이 규칙이다.全씨의 연희2동집 지하식당에서는 가끔 10~20명의 인사가 모여 만찬을 갖는다.시인.음 악가.가수.의사.교수.전문인.군후배등 다양한 그룹과 어울리기를 全씨는 즐긴다.여기에 상당한 경비가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측근의 설명은그렇지 않다는 것이다.측근은『대개 호텔같은 데서 시키는 요리는한두가지에 불과하고 밥과 국수는 집에서 만든다』고 설명했다.全씨집에는 가정부 1명과 운전기사 1명이 개인적으로 고용되어있다.全씨 자동차는 벤츠와 포텐샤등 2대다.
여행.레저경비 만큼은 일반인의 수준보다 훨씬 높다.때론『너무호사스럽다』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92년 7월 全씨는 가족.측근.경호원,전직장관 부부등 40여명과 함께 제주도에서 휴가를 즐겼다.당시 全씨는 韓-蘇정상 회담때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묵었던 하루 1백20만원의 로열스위트룸을 이용해 가족.경호원의 경비만 하루 수백만원에 이르렀다.
盧씨에게도「관리비」가 제일 큰 몫을 차지하는 것같다.전직 수석,장.차관들의 경조사등에 상당한 축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盧씨도 평소에 신세를 지는 사람들에게 때가 되면 감사를 표시한다.이를 충당하려면 정상수입 외의 자 금이 필요할것이다. 지출내용을 공개하는데 있어 盧씨측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측근들은『공인으로서 공개할 부분은 밝히겠다.그러나 생활비등은 어디까지나 사인의 비밀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盧씨부부는 全씨부부와 달리 자녀와 같이 살지 않고 노모를 모시고 있다.가정부 1명이 개인적으로 고용돼 있을 뿐이다.
조화나 축하화분을 보내는 규모는 全씨와 대동소이하다.모두 합쳐 한달에 20개 내외고 개당 10만원짜리다.자동차는 벤츠500과 그랜저3.0이다.
盧씨는 한달에 한두번 골프를 친다.캐디팁에 관해서는 별반 특징이 없다.음식점 종업원에게 주는 팁은 보통 10%다.
등산은 금요일마다 간다.동행규모는 10명내외.요즘은 여름철이라 오후에 올라갔다가 휴식을 위해 저녁식사없이 헤어진다.
측근은『규모있는 만찬이 자주 있지는 않다』고 소개했다.그는 『식당이 8명정도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여유공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盧씨는 全씨와 달리 해외여행을 그런대로 자주 한다.퇴임후 지금까지 전직 국가수반회의등 세차례를 다녀왔다.그 부분에지출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하지만 측근은『모두 초청받은 것이어서 비행기.숙박비용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盧씨는 하 와이대동서문화센터 초청으로 7일 출국할 예정인데 이번에도 비행기.숙박경비가 지급된다고 한다.
盧씨는 퇴임후 지금까지「호사스러운 생활」이라는 비난을 받을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본인이 세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그러나 그에 대한 의혹은 재임때부터 계속돼 왔다.그가 모은 통치자금의 규모에 비해 지출이 적어 상당부분 축적했을 것이란 관측도나돌았다.의혹으로부터 벗어나려면 盧씨는 재산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金 璡.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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