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野黨街에도 꼬리무는 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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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직 대통령중 한 사람이 4천억원대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는 서석재(徐錫宰)前장관의 발언은 판도라의 상자를 공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徐前장관의 첫 발언이후 사흘동안 야당가에서는 엄청난 양의 각종 의혹과 說이 제기되고 있다 .
야당 의원들은 4천억원의 주인공으로 일단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을 꼽는쪽이 약간 더 많다.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은 88년퇴임후 여러차례 곡절을 겪으며 일찌감치 실명화가 안된 돈을 포기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全前대통령을 겨냥한 얘기라는 說도 여전하다.구여권 인사들은 『全前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TK신당설에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한다.이런 맥락에서 『이번 발언은 盧前대통령을 겨냥한 것이고 궁극적 타깃은 全前대통령』이라는 제3의 시각 도 있다.
전직 대통령중 한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비자금의 규모를 두고도說이 분분하다.새정치회의의 한 의원은 5일 『비자금 규모는 총7천억원』이라고 주장했다.
93년이후 각종 수사와 국세청 조사등에서 포착된 자금이 4천억원이고 그밖에 실명제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자금도 상당액에 이른다는 주장이다.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신탁계정에 예치된 것 말고 해외은행 예탁금,몇몇 기업에 자본금 형태 로 투자된 돈등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전직 대통령과 모종 관계에 있는 2개 증권회사가 전체 비자금의 15%정도를 관리해왔다는 얘기도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남의 이름으로 실명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액이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유실됐다고 주장한다.
이와관련,동화은행 비자금 수사를 담당한 함승희(咸承熙)前검사도 지난 4일 『93년 가을 다시 확인해보니 상당수 계좌들이 실명전환을 마쳤더라』고 밝혀 실명제 실시 직후 차명(借名)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음을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徐前장관에 이어 김운환(金운桓)민자당조직위원장이 『나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을 꼬집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단순한 호사가 취미에서 대화가 오갔겠느냐』며 『여권 실력자들이 자금 인출을 돕는 조건으로 반대급부를 받아왔거나 받으려 했다』고 말한다.
한편,야권도 이번 사태에 일정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발언으로 정치자금의 유통이 꽁꽁 얼어붙으며 가칭 새정치회의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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