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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新 大東亞共榮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국주의 일본이 획책한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은 멀리는 알류샨열도에서 호주 대륙 바깥 남태평양군도(群島)까지,서쪽으로 인도접경까지 뻗쳤다.일본총리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는『서방의 식민주의를 뿌리뽑고 일본과 아시아 협력자들간 에 상호 성공을 통한 공동번영』을 외쳤다.43년11월 도쿄(東京)의 「대동아공영권」회의 참석자 가운데 정통 대표는 태국의 완 와이타야콘 왕자 뿐이었다.중국.만주.필리핀.버마.인도는 일제(日帝)가내세운 꼭두각시였다.
그 반세기를 맞아 「새 대동아공영권」이 주목받고 있다.
군국주의 제복은 기업 유니폼으로 바뀌고 황국신민(皇國臣民)의충성심은 「주식회사 일본」에의 충성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기계와 부품이 아시아대륙을 산업화하고 일본의 흑자가 돈줄 로 작용한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차관 및 원조 제공국이다.
51년부터 누적된 직접투자가 옛 「대동아공영권」을 경제적 새공영권으로 똘똘 묶고 있다.
인도네시아.홍콩은 일본의 직접투자가 1백억달러를 넘고,싱가포르.중국.태국.말레이시아는 1백억달러를 넘본다.
한국(52억).대만(40억).필리핀(28억달러)에 이어 브루나이.베트남.북한(3천6백만달러)으로 뻗고 있다.
일본 기계와 부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對日)수입 또한 늘어난다.한국은 자동차 5대를 수출할때마다 자동차 1대값 만큼의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한다.국산화로쫓아가면 일본은 더 한걸음 앞서 달아나고 핵심 기술은 주는 법이 없다.동남아시아는 일본의 「뒤뜰」로 불린다.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국민의 71~95%가 일본에 긍정적이라는 여론조사도 주목거리다.홍콩은 실용적이고,전쟁때 1백만명이 학살된 필리핀마저 일본에 대한 증오가 사그라지고 있다고 한다.
광복절을 맞아 일제 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이 마침내 헐린다.그러나 대만의 일제 총독부는 대통령관저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누구 하나 헐자고 나서는 이도 없다고 한다.
침략자의 지배에 익숙해진 체질 탓이라고도 한다.
「대만의 경제발 전 기초를 일본이 놓았다」고 도리어 두둔하는판이다. 아시아를 세계를 향한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일본의 전략은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월 오사카(大阪)에서 일본이 주최하는 亞太 경제협력체(APEC)18개국 정상회담이 묘한 역사의 대조를 안긴다.
「가깝고도 먼 이웃」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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