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초대석>"크림슨 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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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크림슨 타이드』는 현대판 고전영화다.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로 시종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 영화는 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핵잠수함 속을 공간적배경으로 하고 있다.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받고 카운트다운중인 상태에서 통신문이 부분 수신되면서 두절돼 버린다.통신수신을 위해 잠수함이 떠오르는 동안 엔진소리를 들은 적 잠수함이 쫓아온다.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통신문이 미사일 발사명령을 취소하는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함장과 부함장은 갈등을 빚어 부함장은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구속해버린다.그리고 사투 끝에 적 잠수함을 격침하지만 이 번에는 내부에서 함장 편 장교들이 부함장을 가둬버리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사태는 극으로 치닫는다.
『크림슨 타이드』를 가치있게 만드는 부분은 함장과 부함장의 갈등 속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정열.충성심 등 고전영화가 즐겨 재료로 삼던 힘 넘치는 남성의 세계다.
세대.인종.성격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격렬한 갈등을 만들어내며 그 갈등은 층계를 몇계단씩 뛰어오르는 느낌의 박진감 넘치는 증폭과정을 거쳐 드디어 폭발한다.그러나 마지막에선 모든 갈등이 카타르시스로 승화돼 관객들 에게 청량감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 개성있는 사내들의 정열적인 모습이 세대를 사이에 두고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백인인 진 해크먼이 구세대의 대표격인 함장으로,흑인인 덴젤 워싱턴이 신세대의 대표격인 부함장을 각각 맡아 펼치는 개성있는 연기도 주목거리다.
이 영화에서는 구세대 영화 장인들이 이룩한 고전 영화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토니 스콧 감독의 의지가 영화의 곳곳에서 읽힌다.영화의 도입부는 57년도에 나온 잠수함 영화의 고전『상과 하』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비 상이 걸려 작전지역으로 출동하기 위해 잠수함으로 모여드는 해군 장교들은『상과 하』에 나오는 주연 배우의 이름이 무엇이냐를 화제로 삼으면서 긴장을 푼다.이 장면들은 잠수함 영화의 전통승계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蔡仁澤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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