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새뮤얼슨· W.바넷 엮음,
함정호·진태홍 옮김
지식산업사,
712쪽, 3만2000원
경제학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 탓이다. 사람들이 경제학에 흥미를 못느끼는 건 경제학 책에는 스토리가 없어서다. 사람의 향기는 물론 기승전결도 없고, 그림과 수식, 이론만 있다. 그나마 경제 관련 역사책이나 경제학자들의 자서전 등이 어필하는 건 그 속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어 볼만한 경제학 사상서다. 장점은 천편일률적인 서술에서 벗어나 대화록으로 내용을 꾸몄다는 데 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8명 등 모두 16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같은 경제학자들이 인터뷰를 했다. 그리곤 이들의 사상과 개인생활들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198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모딜리아니는 이른바 M-M정리(모딜리아니-밀러)로 유명하다. 기업의 시장가치는 그 기업이 부채나 증자 등 어떤 방법으로 자산을 불렸는지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이론의 착안과정을 묻고 모딜리아니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이론을 훨씬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7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은 물리학의 연구업적을 많이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책에서 이를 부정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물리학에 대한 동경심이나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 수학적 분석기법을 경제학에 도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한다. 수학 귀재로 알려진 경제학자들이 수학의 유용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대목이라든지, 왜 하필이면 경제학을 공부하게 됐는지에 대한 제각각의 답변도 재미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어렵다. 이론 얘기가 많은데다, 아무리 대화로 풀었는데도 역시 이론은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론을 독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전제한 후 설명하는 대목도 꽤 있다. 하긴 인터뷰 자체가 전문 경제학 저널에 실린 것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김영욱 경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