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마키아벨리도 혀 내두른 냉혹한 천재의 불같은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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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체사레 보르자
세러 브래드퍼드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
688쪽, 2만6000원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실제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1475∼1507)의 전기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사생아로 태어나 교황군의 총사령관 자리에 올랐으며, 분열된 이탈리아의 통일을 꿈꾸다 서른한 살의 나이로 요절한 보르자. 그의 이미지는 극단으로 갈린다. 출중한 외모와 교황인 아버지의 권력과 부·명성 등을 등에 업고 야망을 향해 내달리던 젊은 지도자인 동시에 각종 살해사건·독살사건·추문과 스캔들을 주도한 악마적인 인물이다.

마키아벨리는 1502∼1503년 피렌체의 외교사절로 로마에 파견돼 보르자를 직접 대면했다. 마키아벨리는 보르자와 외교협상을 벌이면서 그의 정치적 감각과 과감한 행동력, 거칠 것 없는 용기와 높은 자신감, 냉철한 판단력 등에 감탄한다. 그리고 1513년 『군주론』을 집필하면서 보르자를 이렇게 평했다.

“새로운 군주에게 하나의 좋은 본보기로서 발렌티노 공작(보르자)의 행동을 인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가르침이 없다. 적들을 효과적으로 다뤄 동맹을 맺어가며 정복하고, 무력이나 교활함으로 사람들에게 충성심과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고, 군대를 복종케 만들고, 자신에게 손해를 가할 수 있는 자들을 제압해 섬멸시키고, 과거의 제도를 새로운 제도로 개혁하고, 엄격하면서도 부드럽고 관대하면서도 인색하지 않게 행동하고, 불성실한 군대를 해체하여 새로운 군대를 창설했다.”(『군주론』 7장 중에서)

보르자의 삶은 이미 여러 작가들이 그려냈다. 특히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의 첫 장편으로 보르자의 일대기를 썼으며, 그를 ‘우아한 냉혹’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영국 크리스티 경매소 문서부에서 일했던 이 책의 저자 세러 브래드퍼드는 경매소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근거로 보르자의 삶을 복원했다. 그러면서 “보르자가 악인으로 남은 건 스페인 혈통인 보르자를 후세 이탈리아인들이 인종 차별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제 『Cesare Borgia: His life and times』.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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