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턴버그 외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320쪽, 1만3000원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의 키워드는 연습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오직 연습이 오늘의 그늘 만들었다고 말한다. “천재는 1%의 영광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도 있다. 또 “연습은 대가를 만든다”는 독일 속담은 어떤가. ‘연습’ ‘땀’은 또 하나의 학습과정이다. 그 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과 지혜가 생긴다. 구구단을 외우는 학교에서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꿈꾸는 게 성공이다. 남들보다 앞선 능력,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성공의 지름길이다. 그런 자질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시행착오·절차탁마의 결과다. 당연, 경험이 풍부할수록 유리하다. ‘총명한 청춘’도 소중하지만 ‘노련한 중년’도 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때 EQ(감성지수)가 유행한 적이 있다. IQ(지능지수)의 ‘빈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머리 똑똑이’보다 ‘가슴 똑똑이’를 앞세웠다. MQ(도덕지수), SQ(사회지수) 등 ‘유사상품’도 각광받았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도 크게 보면 IQ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학교에서의 성적이 사회에서의 성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깔고 있다. 일면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학교와 사회의 함수를 이론적으로, 또 실증적으로 접근한다. 그간 심리학계에서 논의·조사돼온 각종 이론을 되짚어 교양서보다 학술서에 가깝지만 ‘실전’에 바로 응용될 수 있는 지능, 또 그 지능을 습득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까닭에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속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실용지능은 흔히 말하는 상식과 비슷하다. 일상에 적응하고, 환경을 바꿔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지은이들은 경영인·교사·교수·학생·비서·직장인·상인·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직종에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밑천 삼아, 사안·사물의 안팎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옮겨놓는 게 아니라 상황상황에 맞게 신속한 판단, 실천력 있는 행동을 하는 게 핵심이다.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는 턱에 굳은살이 생기고 손가락에 현(絃)이 새겨진다. 그들을 실전 무대 위에서 빛내는 것은 이처럼 셀수없는 시간의 경험이다. [중앙포토]
경험만큼 좋은 교과서, 혹은 스승이 없는 셈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다. 한 직장에 오래 있는다고 실전 지식이 바로 쌓이는 건 아니다. 다양한 경험에 바탕을 둔 종합적 판단, 다른 말로 직관과 지혜가 강조된다. 동양사상의 오랜 전통을 서구 심리학의 분석틀로 살펴본 느낌마저 든다. 원제 『Practical Intelligence in Everyday Life』.
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