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실전경험은 성공을 위한 ‘포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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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실용지능
로버트 스턴버그 외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320쪽, 1만3000원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의 키워드는 연습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오직 연습이 오늘의 그늘 만들었다고 말한다. “천재는 1%의 영광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도 있다. 또 “연습은 대가를 만든다”는 독일 속담은 어떤가. ‘연습’ ‘땀’은 또 하나의 학습과정이다. 그 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과 지혜가 생긴다. 구구단을 외우는 학교에서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꿈꾸는 게 성공이다. 남들보다 앞선 능력,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성공의 지름길이다. 그런 자질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시행착오·절차탁마의 결과다. 당연, 경험이 풍부할수록 유리하다. ‘총명한 청춘’도 소중하지만 ‘노련한 중년’도 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때 EQ(감성지수)가 유행한 적이 있다. IQ(지능지수)의 ‘빈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머리 똑똑이’보다 ‘가슴 똑똑이’를 앞세웠다. MQ(도덕지수), SQ(사회지수) 등 ‘유사상품’도 각광받았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도 크게 보면 IQ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학교에서의 성적이 사회에서의 성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깔고 있다. 일면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학교와 사회의 함수를 이론적으로, 또 실증적으로 접근한다. 그간 심리학계에서 논의·조사돼온 각종 이론을 되짚어 교양서보다 학술서에 가깝지만 ‘실전’에 바로 응용될 수 있는 지능, 또 그 지능을 습득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까닭에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속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실용지능은 흔히 말하는 상식과 비슷하다. 일상에 적응하고, 환경을 바꿔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지은이들은 경영인·교사·교수·학생·비서·직장인·상인·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직종에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밑천 삼아, 사안·사물의 안팎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옮겨놓는 게 아니라 상황상황에 맞게 신속한 판단, 실천력 있는 행동을 하는 게 핵심이다.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는 턱에 굳은살이 생기고 손가락에 현(絃)이 새겨진다. 그들을 실전 무대 위에서 빛내는 것은 이처럼 셀수없는 시간의 경험이다. [중앙포토]

예컨대 체스 선수를 보자. 일반 선수는 3000시간가량의 실전이 필요했지만 체스 마스터가 되려면 3만 시간이 필요했다. 또 최고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그들보다 수준이 조금 낮은 뮤지션에 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계획적인 연습에 쏟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무직 직원보다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청소부들의 도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독창적인 방안을 생각해냈고. 많은 경영자들도 합리적·절차적 해법 대신 거의 즉흥적인 판단·행동으로 난제를 풀어갔다. 수치·통계로 판단을 내리는 금융전문가들도 상당 부분 감정(직관)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험만큼 좋은 교과서, 혹은 스승이 없는 셈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다. 한 직장에 오래 있는다고 실전 지식이 바로 쌓이는 건 아니다. 다양한 경험에 바탕을 둔 종합적 판단, 다른 말로 직관과 지혜가 강조된다. 동양사상의 오랜 전통을 서구 심리학의 분석틀로 살펴본 느낌마저 든다. 원제 『Practical Intelligence in Everyday Life』.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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