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인, MB의 대북 강경책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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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 사회의 보수화가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힘을 얻게 됐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해외 언론들이 10일 한국의 18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내린 총평이다.

◇“한국의 보수화”=일본 언론은 일제히 한국의 총선 결과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나라당 승리 안정적 국정기반 확보’, 요미우리는 ‘보수 신장, 진보 퇴조’를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정당별 의석 변화를 도표로 보여주면서 “한국인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 쪽으로 옮겨갔다”며 “한국인들이 대북 강경책을 승인했다”고 해석했다. 요미우리는 “선거기간 동안 미사일 발사와 남북대화 중단 등 북한의 견제가 실패했지만, 북한이 이 정권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 대통령에게 힘 실어줘”=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근소한 과반 확보 등을 이유로 “한국 유권자는 견제의 여지를 남겨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대통령의 대운하 건설 공약이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1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의 입지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는 “이 대통령의 감세정책 등 친기업적 개혁을 통한 경제회복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및 최측근 의원들이 공천 탈락을 겪었고 이회창 전 총리가 김종필 전 총리가 장악했던 충청권에서 승리한 사실을 전하며 “3김으로 불리는 한국 정치의 거물들이 이번 총선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마이니치는 “이명박 정부는 사상 최저를 기록한 총선 투표율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무리하게 정국·정책을 운영하면 의외로 단기간에 민심 이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대통령 취임 후 당내 분파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한 한나라당의 혼란과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낮은 투표율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EFE통신은 “한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을 확인해줬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소영, 파리=전진배 특파원,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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