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대기록은 근성의 "열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떠오르는 생각 하나.1970년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도에이 소속의 장훈(張勳)은 시즌 마지막 게임인 한큐와의 대전에서일본 프로야구의 시즌 최고타율에 도전하고 나섰다.당시까지의 한시즌 최고타율은 53년 오시다가 기록한 0.3 81.張은 이 마지막 게임에서 5타수4안타를 쳐내야만 그 기록을 깨뜨릴 수 있었다.한큐는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였지만 에이스인 야마다를 내세워 張의 신기록 수립을 저지하려고 했다.첫 타석은 내야 안타.두번째 타석에서 야마다는 경원사구를 내려고 했다.잇따라 들어온 3개의 높은 볼….하지만 張에겐 안타가 필요했다.
네번째도 역시 높은 볼이었지만 張은 뛰어오르다시피 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볼을 후려쳤다.크게 바운드되면서 투수 키를 넘어 센터 앞까지 굴러가는 안 타.세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네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선상으로 날아가는 라이너성 타구를 날렸지만 우익수에게 잡히고 말았다.4타수3안타.기록수립은 무산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경기가 타격전으로 진행된 탓에 張은 다섯번째 타석을 맞을 수가 있었다.관중들은 물론 모든 매스컴의 시선이 이 한타석에 모아졌다.과연 어떤 승부로 나올 것인가.제1구는 볼,하지만 여기서 張은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타격을 감행한다.제2구가인코너로 들어오는 순간 張은 잽싸게 1,2루 사이로 번트를 대고는 1루를 향해 내달린 것이다.좌타자에다 빠른 발을 이용,상대의 의표를 찌른 기습번트였다.시즌 통산 0.3832.일본프로야구 신기록이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또 떠오르는 생각 하나.74년인가 75년인가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우리 실업야구의 올스타전때였다.9회말 군.실업의 마지막공격.타석에는 한전의 강타자 황성록이 나왔다.금융단의 투수는 김호중.그런데 정말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지 만 김호중은 황성록을 경원사구로 걸리려고 했다.올스타전인데다 승부가 이미 결정된 상황인데도.아마 개인상에 대한 욕심 때문일까.어쨌든 1,2,3구가 차례로 높은 볼로 들어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