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유묵전-10일~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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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항일독립투쟁에 온몸을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을 유묵(遺墨)을 통해 되돌아본다…」.
단발령과 명성황후시해로 촉발된 을미의병(1895년)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의 수난기를 온몸으로 저항했던 애국지사들의 유묵전이 8월10일부터 9월10일까지 한달동안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580)1511)에서 열린다.광복 50주년을 맞아 조국 광복을 위해 희생한 애국인사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는 그동안 일회적 행사에 그쳤던 과거의 전시를 반성하고 「항일」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지사(志士)들의 육필편지.선언문.고시(古詩).수필.시등 을 집대성,항일운동의 올바른 이해와 계승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비록 미술사적 기준에서 예술성이 풍부한 작품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험난했던 시대를 의지 하나로 버텨나간 선인들의 힘들었던 상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한다.
을사조약(1895년)의 부당성을 만방에 알리고자 했던 이준(李儁)열사,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했던 안중근(安重根)의사,임시정부 주석을 맡았던 김구(金九)선생,무실역행(務實力行)을 역설했던 안창호(安昌浩)선생등 우리에게 익숙 한 사람들은물론 그동안 일부 학자들만의 조명을 받았던 여러 애국지사 1백1명의 작품 1백17점을 망라한다.항일투사의 작품만을 이처럼 대규모로 모아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
또한 이번에 선보이는 유묵들 대부분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전시품 중에는「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등안중근의사 작품 4점과 윤봉길(尹奉吉)의사의「한인애국단선서문(韓人愛國團宣誓文)」등 모두 5점의 보물도 포함됐 다.서예가로도명성을 날린 사람으로는 오세창(吳世昌).한용운(韓龍雲)등이 꼽힌다. 「애국지사 유묵전」은 항일운동의 체계적 이해를 위해 시기.분야별로 작가들을 분류했다.의병,애국계몽,을사조약과 경술국치,3.1운동,임시정부,해외독립군,의열투쟁,문화운동,사회운동등아홉갈래로 나눠 항일인사들의 유묵을 사건의 흐름 순으 로 정리,우리의 힘겨웠던 근대사를 한눈에 조감토록 구성했다.
이같은 외형적 특징과 함께 이 전시는 민족계열 인사 외에 해방이후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못받았던 홍명희(洪命熹).여운형(呂運亨).김원봉(金元鳳)등 사회.공산주의등 급진계열 인사들도 다수 포함,눈길을 끈다.사상이나 이 념의 잔가지는 달랐지만 「항일독립」이라는 대명제에서는 이견이 없었다는 판단에서다.예술의전당 이동국 학예관은 『항일정신의 재조명과 더불어 이 전시는 「통일의 싹」을 마련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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