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4파울 김주성 “지옥 갔다 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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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동부의 트윈 타워 김주성<左>과 오코사<右>가 KT&G 챈들러의 골밑슛을 막아내고 있다. [안양=뉴시스]

동부와 KT&G의 주력 선수인 김주성(29·2m5㎝)과 마퀸 챈들러(26·1m97㎝)의 명암이 엇갈렸다.

동부 김주성(16점·3리바운드)은 2쿼터 일찌감치 4파울을 당하고 팀에 죄인이 됐다. 그러나 4쿼터 맹활약으로 팀을 살렸다.

KT&G 챈들러(26점·3리바운드)는 4쿼터 승부처에서 세 번의 실수를 저질렀고 팀을 패배로 내몰았다.

동부는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홈팀 KT&G에 89-82로 이겼다. 2승1패가 된 동부는 챔프전 진출까지 1승만 남겨 뒀다.

김주성은 초반 공격적으로 나섰다. 1쿼터 7점을 넣으며 팀을 이끌었다. 팀은 32-18로 앞섰다. 2쿼터 3분까지 그는 12점이나 넣었다. 점수 차는 더욱 벌어져 36-18, 18점 차로 달아났다. 공격이 너무 잘된 나머지 마음이 붕 떴다. 2쿼터 종료 4분10초를 남기고 양희종에게 블록슛을 당하자 자존심이 상했다. 전반 종료 2분50초 전 양희종이 레이업슛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거친 블록슛을 했고 휘슬이 울렸다. 네 번째 파울이었다. 김주성은 파울이 아니라고 항의했지만 이미 울린 휘슬을 되돌릴 순 없었다. 벤치로 물러났고 동부는 전반전을 49-45로 추격당했다. 3쿼터 내내 김주성은 벤치를 지켰다. 벤치를 지키는 동안 얼굴은 벌게졌다. 우두커니 플로어만 응시했다.

경기 후 김주성은 “죄책감이 심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3쿼터가 끝났을 때 김주성이 빠진 동부는 69-70으로 뒤졌다. 팀 기둥 김주성이 빠진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전한 셈이다. 4쿼터 김주성이 들어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비가 강해지면서 4쿼터 5분16초 동안 KT&G를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김주성은 열심히 리바운드를 했지만 트레이드마크인 블록슛은 시도도 하지 않았다. 5반칙 퇴장이 무서워서다.

동부가 83-79로 앞서던 종료 42초 전 김주성이 공격에 가담했다. 김주성은 3점 라인 한 발 앞에서 공을 잡더니 주저하지 않고 미들슛을 던졌다.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더니 깨끗하게 골망을 갈랐다. 85-79로 점수 차는 벌어졌고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반면 KT&G 챈들러는 다해 놓은 밥에 재를 뿌렸다. 77-81로 밀리던 경기 종료 1분57초 전에는 김주성에게 오펜스 파울을 범했다. 또 1분8초를 남겨 두고는 잡았던 루스볼을 놓치며 공격권을 넘겨줬다. 종료 22초 전 81-85에서는 무리한 3점슛으로 추격의 끈을 놓아 버렸다. 그걸로 승부는 끝났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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