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탄핵 취하' 발언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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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형 민주당 대표(左)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 김경재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16일 오전 8시30분.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두 눈썹을 한껏 치켜들었다. 2~3초의 침묵. 그러곤 "강금실 장관이 대체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이냐,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비슷한 시각, 길 건너 한나라당에서도 홍사덕 총무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康장관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언행을 계속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예상 밖의 탄핵안 후폭풍에 곤혹스러워하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세의 고삐를 다시 바짝 죄어가고 있다. 전날 "국회가 탄핵소추를 취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康장관의 발언을 반격의 디딤돌로 삼았다. 참여정부 최고 스타 장관의 논란성 발언에 양당은 때마침 터진 호재를 놓칠세라 지도부가 총동원돼 康장관을 맹비난했다.

◇"묵과할 수 없는 망언"=민주당은 '망언'이란 단어를 수차례나 동원했다. 趙대표는 "康장관의 망언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즉각 국회 법사위를 소집해 매섭게 추궁하라"고 지시했다.

김성재 총선기획단장도 "선거를 의식해 한 발언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가세했다. "康장관이 盧대통령과의 강한 정치적 '금실(琴瑟)'을 표현한 것"이란 비난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선관위에 康장관 발언의 위법성에 대한 조사 및 검찰 고발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대행은 고건 대행이 아니라 마치 康장관인 것 같다"며 "경거망동과 무분별한 언행을 즉각 자제하라"고 비난했다.

'빨리 하면 헌재가 4월 초에도 끝낼 수 있을 것'이란 康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5년, 10년도 걸릴 사건을 그렇게 쉽사리 결정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趙대표), "헌재의 첫 평의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얘기"(洪총무)라고 협공을 가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기자들과 가볍게 나눈 얘기에 대해 너무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며 "康장관이 '17대 국회가 탄핵소추를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무산된 국회 문광위=두 야당은 당초 이날 오후 문광위를 소집해 최근 탄핵사태에 대한 방송의 편파 보도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정연주 KBS 사장이 여야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며 불참한 데다 야당 의원도 5명밖에 나오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이들은 대신 "방송이 되레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한나라당 김병호 의원)며 위원장실에서 성토대회를 열었다. 한나라당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盧위원장이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강제로라도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박신홍.박성우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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