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성원이 저에겐 로켓의 추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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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로켓만큼 강력한 추진력은 국민 여러분의 성원입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는 우주선 출발 하루 전인 7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거론하며 “바이코누르의 대형 건물 벽에 있는 테레시코바의 사진을 보며 같은 여성 우주인이 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또 “내일(8일) 테레시코바가 소유스의 발사를 보기 위해 바이코누르에 도착한다는데, 출발하기 전에 역할모델을 만나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발사를 하루 앞둔 심경을 묻자 그는 “우주로 가기까지 단 하루만 남았지만 아직까지 기분을 잘 모르겠다”며 “내일이 되면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씨는 모스크바 근교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받은 1년간의 훈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무중력 훈련을 꼽았다. 그는 “높은 하늘로 올라가 급격히 떨어지는 비행기에서 체험한 무중력 훈련은 시간은 짧았지만 지구와 전혀 다른 우주의 환경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이면 진짜 우주로 가서 무중력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19일 카자흐스탄 초원으로 귀환한 뒤 국민들에게 보낼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리 얘기하면 재미가 없으니 기대해 달라”며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첫 우주인 탄생을 가장 가슴 졸이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이씨 본인보다 어머니 정금순(57)씨였다. 러시아행 여객기 안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그의 눈을 충혈돼 있었다. 그는 “임무 수행을 잘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딸이 됐으면 좋겠다.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또 “소연이한테 가끔 전화가 오면 되레 내 건강을 걱정해 주더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소연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며 지그시 손을 맞잡았다.

정씨는 가슴 졸이는 날이 이어지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딸이 우주인이 되는 장한 모습을 보려고 링거 주사를 맞으며 기력 회복에 힘썼다. 그는 8일 오후 발사 직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유리를 가운데 둔 채 딸을 탑승 전 마지막으로 보게 된다.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건강하게 잘 돌아와. 돌아오면 네가 좋아하는 콩국수를 많이 해 줄게’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아버지 이길수(59)씨도 “임무를 잘해 내고 오리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우주선 발사 현장에는 소연씨의 동생 기백씨도 동행했다.

한편 이소연씨 응원단 10여 명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까지 왔다. 전남 고흥군청, 대전시청, 한국우주소년단의 추천을 받은 학생 네 명과 한 방송사의 퀴즈 대결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여섯 명 등이다. 현수막을 준비해 간 응원단은 응원가로 힘을 실어준다. 응원가는 ‘푸른 하늘 너머로 우주의 꿈 숨쉬고…’로 시작한다. 8일 발사장에서 합창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응원 방법과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응원 준비를 해 왔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우주인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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