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은 섬기고 은행은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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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새 정부 들어 ‘투자 도우미’로 변신을 선언한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의 전경련’ 격인 은행연합회가 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 은행권에 부과한 수수료는 이번 지로 수수료 담합을 포함해 138억원에 달한다. 종전까지 주류를 이루던 기업들의 불공정행위 적발 사건이 주춤해진 사이에 은행권의 수수료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은행권에서는 공정위에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쪽에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자 공정위가 상대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를 죄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8개 은행의 외환 수수료 담합에 대해 9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이번 조치로 무역업체의 부담이 경감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당시 ‘무역업체 울리는 외국환 수수료 신설 담합’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은행들의 수수료 담합으로 수출·수입업체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수수료를 담합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로막은 주동자로 은행을 지목한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즉각 공정위의 결정을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행정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공식석상에서 무역업체를 울렸다는 감정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전형적인 여론몰이”라고 주장했다.

2월에도 공정위가 부동산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토록 관련 약관을 개정하라고 하자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반발해 소송을 내기도 했다. 새 정부 들어 공정위의 제재에 반발해 법적 소송을 낸 것은 두 건인데 모두 은행연합회가 간여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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