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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週영업개시 三豊주유소-구조요원.봉사자 안식처 1億손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21일 오전 붕괴된 삼풍백화점에서 불과 20여m 거리의 삼풍주유소(대표 金華永.55).
직원 50여명이 사무실의 먼지를 털어내고 주유소 바닥을 세척제로 씻어내느라 너나없이 분주했다.
백화점 붕괴직후 서초구청 대책본부와 자원봉사단,취재진이 점유(?)했던 3백60여평 넓이의 주유소는 붕괴현장 수습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이들이 철수하자 서서히 제 모습을 찾고 있다.
그러나 주유소측은 영업을 당장 시작하지 않고 있다.주유소 오준식(吳俊植.54)이사는『시체발굴작업이 마무리되는 내주께 다시정상영업에 들어갈 것』이라며『실종자 가족들의 피눈물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돈벌이에 나서는 건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주유소측이 입은 피해를 밝히기를 꺼리는 吳이사는 피해액이 적은 건 아니지만 숨진 4백60여명에 비하면 자신들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삼풍주유소의 1일 매출액은 5천만원 정도.순이익으로만 따져볼때 20일간 1억원 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50분쯤「쾅」하는 굉음과 함께 삼풍백화점 북관(A동)이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지자 삼풍주유소는 즉시 영업을 중단했다.
직원들은 주유소 全시설을 아낌없이 제공,매일 구조대원과 실종자 가족등 2천여명이 이곳을 드나들며 피곤한 몸을 뉘고 휴식을취했다.주유소측은 정유회사인 유공측과 협의,모두 5백드럼(10만ℓ)의 경유를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와 중장비 등에 제공했다.
또 직원 50명도 매일 3교대로 나와 24시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서초구청 대책본부에서 접수한 각종 구호품을 실종자 가족이나 구조반원들에게 나눠주고 주유소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았다.직원들은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비하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
4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기남수(奇南秀.19.서울관악구봉천동)군은『앉아 쉬고 싶어도 쉼 없이 일하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차마 그럴 수 없었다』며『주인된 도리를 하느라 애먹었다』고 말했다.
奇군은『빨리 시체발굴이 마무리돼 전처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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