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붕괴 21일째 이모저모-발굴 막바지 실종자가족들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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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생환 5일째를 맞은 박승현(朴勝賢.19)양은 19일 강남성모병원 일반병실에서『어젯밤에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며 매몰 후유증을 호소했다.
朴양은『특별히 아픈 데는 없으나 전날밤 30분 간격으로 잠에서 깼으며 오전4시30분쯤 깨어난 뒤에는 다시 잠을 이룰 수가없었다』고 말했다.병실에 아무도 없으면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는 朴양은『아직도 가끔 깡 통소리가 들린다』고 말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각각 생환 11일째와 9일째를 맞은 최명석(崔明錫.20)군과 유지환(柳智丸.18)양도 현재 신체적으로는 빠른 회복세를보이고 있으나 매몰충격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崔군은 3~4일 전부터 잠을 잘 때 진땀을 흘리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崔군은『샤워할 때 눈을 감으면 천장에서 누군가 내게 손을 뻗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면서『매몰돼 있을때 누운 자세로 손을 들 다가 시체를만졌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柳양도 조립침대를 펴는 소리를 사고현장의 땅파는 소리로 착각하고 놀라는등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柳양은『잠을 설치지는 않지만 작은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도 매몰현장에서 콘크리트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실종자가족위원회(대표 金相昊)는 19일 오전10시 서울교대 102강의실에 신원미확인 사망자와 시신발견이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金위원장은『신원미확인 사망자 70여명을 포함한 실종자수가 1백70여명에 달하고 있는데 장례를 치르기는 커녕 빈소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신원미확인 사망자가족의 슬픔과 억울함을 풀기위해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고 설명.
○…서울교대 체육관에 모여있는 1백여 실종자가족들은 이날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의 실종자구조및 시체발굴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삼삼오오 모여앉아 만약 실종된 가족의 시신이나 유품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숙의하는 모 습이었다.
張씨는『난지도에 쌓여있는 삼풍백화점 붕괴잔해에 대한 실종자가족들의 조사작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잔해조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이날 삼풍백화점 주변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자 서울시 사고대책본부에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상인들로부터『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느냐』『점포는 원상복구될 수 있느냐』『언제쯤 돈을 주느냐』는 등 30여통의 다양한 문의가 쏟아졌다.
대책본부 관계자들은『재해대책법이 세워져도 정부차원에서는 금융.재정.세제등의 지원이 이루어질뿐 보상은 결국 서울시의 몫이 아니냐』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난지도에 대한 시체및 유류품수거작업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이날 오후북관(A동)2층 숙녀의류매장여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여기저기 뜯긴 일기장과 급여명세표.직원배치도 등이 발견됐다.
실종자가족 대표들은 18일 수거한 유류품을 대책본부에 증거자료로 써달라며 인도하려고 했으나 대책본부 관계자들이『증거가 안된다』며 거부하자 한때 항의했다.
***자동차속 屍身 늘어 ○…잔해 처리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시체발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속에서 시체가 발굴되는 경우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18일 오후 A동 지하 3층 주차장 승용차속에서 李보순(38.여)모자 등 4명이 발견된 것을 비롯,19일 오전4시45분쯤같은 주차장에서 安원기(43)씨가 그랜저승용차안에서 시체로 발굴됐다. 〈徐璋洙.姜甲生.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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