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 실종자 4백10명 신원확인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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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후 4백10명으로 느닷없이 늘어난 실종자문제로 시신들의 신원확인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손쉽고 확실한 신원확인방법은 시신의 지문과 주민등록상 지문을 직접 대조해 보는 지문채취법.
그러나 무더위와 장마로 시신들의 부패가 심해져 갈수록 지문채취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현재 지문채취 불가능으로 판정된 시신은 24구지만 시신발굴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소 50여구 이상이 신원미확인 상태로 남게 되리란 것이 사고대책본부의 추산이다.
문제는 최후의 보루로 알려진 유전자감식법이 현실적으로 이들 시신의 신원확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신 자체보다 4백10명으로 늘어난 실종자들의 가족 때문이다. 유전자감식법을 이용해 신원확인을 하려면 시신의 혈액속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뒤 이를 실종자 신고를 한 가족들의 유전자와 일일이 대조해 일치여부를 살펴야한다.
이때 사망자의 유전형질을 절반씩 갖고 있는 부모나 자식의 유전자감식은 필수적이며 부모나 자식이 없을 경우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형제의 유전자도 감식대상이 된다.
결국 실종자로 신고된 4백10명의 부모나 자식,필요하면 형제들까지 모두 동원돼야 하므로 감식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재 유전자감식이 가능한 국내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대검과학수사과,서울대와 고려대 법의학교실등 4군데뿐이며 유전자감식 1건당 7일정도의 시간과 35만원가량의 비용이 듦을 감안할때 유전자감식을 통한 신원확인은 실제 거의 불가능 한 실정이다.그러나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멀리 있는 첨단보다 가까이 있는 상식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서울대의대 이윤성(李允聖.법의학)교수는 실종자별 인적사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시급한 구축을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금처럼 실종자 가족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벽보에 실종자의 생김새에 관해 붙이는 것보다 관계기관이 앞장서서 체계적 양식을 갖춘 항목들을 만들어 실종자별 인적사항을 수집해야 한다는 것.
방법은 실종자의 ▲성별▲나이▲신장▲혈액형 등 네가지 인적사항만으로도 미확인 시신중에서 실종자를 가려낼 확률이 훨씬 증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즉 실종자신고를 받을 때 남녀성별로 나누고 다시 나이와 신장.혈액형별로 세분한다 면 최소 1백여개의 소그룹으로 실종자구분이 가능하다.
〈표참조〉 이를 컴퓨터에 입력한뒤 시신이 나타나면 바로 소그룹별 해당가족들에 통보해 가려내는 방식이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사고당시 옷차림과 흉터,치과치료등 개인적 특성까지 보완된다면 잘 갖춰진 데이터베이스 하나만으로 기대이상 충분한 시신확인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유전자감식은 이러한 방식으로도 확인되지 않고 남은 마지막 소수의 시신에만 적용하는 것이 시간.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라는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洪慧杰.本社의학전문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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