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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태, 모든 대기업 문제 … 뿔 고치려다 소 잡을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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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의 삼성특검 관련 심포지엄에서 사회자인 박동운 단국대 교수(왼쪽에서 둘째)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

‘삼성 특검’ 두 번째 연장을 앞두고 삼성 특검이 불러 온 파장과 문제점을 차분하게 짚어 보자는 학계의 공개 토론회가 2일 열렸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회장 민경국 강원대 교수)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이다. ‘최근 삼성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일부 참석자는 “삼성 사태는 척박한 문화·제도적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대다수 대기업에도 해당되는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만의 문제 아니다’=민경국 교수는 개회사에서 “한국 사회에서 삼성 사태의 본질을 잘못 짚은 논의가 팽배해 있다”며 “‘교각살우(矯角殺牛·뿔 고치려다 소 잡는다)’의 오류를 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첫 번째 주제 발표자인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는 “삼성 문제는 기업가의 재산권을 위협하는 데서 빚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30억원 초과분에 대해 50%이다. 이는 대기업 오너의 상속 재산 절반을 나라가 가져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상속법 체계가 국내 기업들을 불법·탈법으로 내몰고 있다”며 “기업가의 사유 재산권을 보호해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비즈니스 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 교수는 “삼성 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모두 삼성에만 떠넘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흡하거나 과도한 법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왜곡된 통제 수단 ▶사회주의 중국보다 기업에 공격적이거나, 반대로 과도한 기대를 하는 일반 의식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자금 폭로, 순수한가’=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 의도·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경제평론가 복거일씨는 ‘폭로의 윤리와 도덕’ 주제 발표에서 “(재벌을 적대시하는) 좌파가 삼성을 집중 공격하는 게 당연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천주교 사제 단체를 통해 발표한 것은) 내부 고발이 조직의 부정을 바로잡는 수준을 넘어 정치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고 말했다.

복씨는 또 “김용철씨는 엄청난 보수를 받은 삼성의 법무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시민들로부터 ‘정의를 추구하는 용감한 내부 고발자’라는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증거가 뭐 필요한가, 내가 증거인데’ 하는 식의 폭로에 검찰과 국회가 들썩이는 현상은 우리나라 소송법이 채택하는 증거주의 원칙의 실종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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