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종자 숫자가 고무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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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발생 두 주일이 지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실종자 수가 하룻밤 사이에 갑절로 늘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2백여명이라던 실종자 수가 갑자기 4백10명으로 바뀐데 대해 서울시측은 『시와 구청의 집계가 달라 그동안은 시에 접수된 숫자 를 기준으로발표해 왔으나 실종자가 추가로 확인돼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단순히 주먹구구식 행정이라고 봐 넘기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게 원칙인 실종자 수가 두 주일이 지나서 이렇듯 한꺼번에 두배로,2백명이나 늘어날 수 있는 일인가.처음부터 시청과 구청이 실종자 를 별도로 접수해놓고 그동안 시청에 접수된 숫자만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또 이제 와서 두 기관의 집계를 종합한 까닭은 뭔가.
이번 사고의 경우 처음에 접수된 실종자 수는 5백여명이었다.
그러나 5일부터 재접수를 받아보니 모두 1천5백43명이 신고됐고,이들을 정밀조사한 결과 4백10명이 실종자로 잠정집계됐다는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사망.실종등 인명피해 규모는 사건.사고 피해집계의 가장 기본이다.모든 대책이 이를 바탕으로 세워져야 함은 물론이다.실종자수가 이제 와서 갑자기 두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그동안의 사고대책이 얼마나 엉터리였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왜 지금까지 구조작업을 민간기업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헬멧.장갑.마스크등의 기본장구와 소모품까지 부족해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가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고위층을 만나자고 요구하는 이유도,극적으로 구조된 최명석(崔明錫)군의 이름이 실종자 명단에 없었던 이유도 알만 하다.다만 몇몇 공직자의 안일한 자세가눈물겹게 고생하고 있는 119구조대원.자원봉사자 등의 고귀한 뜻까지 희석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시당국은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사고대책을 짜야한다.본부를 전면 재편성해 지휘체계를 바로 세우고,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만일 지금과 같은 무계획적이고 무질서한 구조작업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시당국 은 실종자 숫자 파동보다 훨씬 더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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