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후보 한 사람에 힘 모아야” 힐러리 사퇴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 민주당의 핵심 인사인 낸시 펠로시(사진) 하원의장이 버락 오바마-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간에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는 대선 경선을 신속히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BBC는 1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이 미국 ABC뉴스와의 회견에서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한 후보에 힘을 모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도 “늦어도 7월 초엔 경선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8월 말 전당대회까지 후보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본 게임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한 공화당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두 후보 중 누가 중도 사퇴를 선언해야 할지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지난달 28일 “민주당 수퍼대의원(경선으로 선출하지 않는 당연직 대의원)들이 일반 대의원들의 의사를 뒤집을 경우 당의 이익을 손상시키게 된다”고 한 발언으로 미뤄볼 때 힐러리에게 사퇴 압력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가 확보한 일반 대의원 수가 힐러리를 앞서기 때문이다. 당시 힐러리 지지자들은 펠로시가 오바마 편을 든다며 강력히 비난했었다.

그러나 힐러리의 중도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힘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크리스토퍼 도드(코네티컷주) 상원의원과 패트릭 리어히(버몬트주)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 “힐러리가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잘 따져본 뒤 경선 사퇴를 고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힐러리 진영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힐러리는 지난달 29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할수록 민주주의는 더 발전하게 된다”며 “모든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의 플로리다주 재검표 중단 판결로 인해 공화당(조지 W 부시 후보)에 승리를 빼앗긴 2000년 대선 이후 한 표 한 표의 가치에 집착하게 된 민주 당원들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오바마 역시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힐러리는 강력한 후보”라며 “원하는 한 계속 경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지지자들도 계속 그녀를 후원할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갤럽 조사 결과 오바마의 전국 지지율은 52%로 힐러리(42%)에 월등한 우세를 보였다. 갤럽 조사에서 오바마가 힐러리를 두 자릿수 차로 앞서기는 처음이다.

신예리 기자
▶ 지구촌 국제뉴스 - CNN한글뉴스 & Live Radio AP월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