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걱정 마세요…경제 끄떡없을 겁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걱정 마세요. 우리 경제는 앞으로 끄떡없을 겁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안정의 사령탑을 자임하고 나선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불안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오히려 "지금부터는 정치적인 부담을 털어내고 예정된 경제정책을 더욱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李부총리는 14일 오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한 단독 인터뷰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이 시장에 충격을 주었지만 곧 원상회복할 것"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이 불안감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금의 위기는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나 시장의 불확실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정치적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한 그는 "이미 시장에 악재가 다 녹아들어 대부분 해소된 만큼 더 이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장 참가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대국(大局)을 볼 줄 알아야 한다"며 "지금부터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필요한 때인 만큼 가볍게 행동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가장 바빴던 사람은 李부총리였다. 그는 이날 오후 4시간여 동안 한강을 세차례나 넘나들면서 일곱번의 회의에 참석해 시장안정책을 설명했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초기에 잡는 기민함을 통해 경제위기 때 '소방수'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휴일인 14일에도 정부 과천청사에 나온 李부총리는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내다본 사람은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봤으나 불안감에 휩싸인 채 비관적으로 주식을 투매한 사람들은 손해를 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기존 정책의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선심성 정책 논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제는 정부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보폭을 빨리 내디딜 생각"이라며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신용불량자 대책 등 서민생활 안정책과 한투.대투증권 매각과 같은 구조조정 정책의 추진을 더욱 가속화하겠다"고 답했다.

李부총리는 "이번 주 초 하루 이틀 정도 지켜본 뒤 비상체제를 끝내고 정상체제로 돌아갈 것"이라며 경제안정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1000여명의 해외투자가들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한국 경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당부하기도 했다. 李부총리는 "해외투자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면서 "일부에서 오히려 대한(對韓)투자 한도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이 상승세로 반전한 데다 국내에서도 조정국면이 마무리됐다"면서 "앞으로 국내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챙길 것이며 외국인들도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까지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그 후 매도로 돌아섰지만 12일에는 오히려 429억원 매수세로 전환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