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한나라 비상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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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右) 등 당직자들이 14일 오후 17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崔대표 왼쪽은 홍사덕 원내총무. [안성식 기자]

14일 오후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 10층 강당. '17대 총선 공천자대회'가 열렸다. 500여명의 공천자와 당직자 앞에서 최병렬 대표는 두 손을 휘두르며 열변을 토했다.

"탄핵안 처리 이후 친노(親盧)-반노(反盧) 간 사생결단의 장이 된 총선에서 기필코 이겨야 합니다." 곧 대표직을 던지겠다던 崔대표다. 그런 그가 연설을 끝내자 참석자들은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당 분위기도 달라졌다. "하루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은 작아졌다. "비상시국에 대처키 위해 비상체제로 가자"는 목소리에 밀려났다. "탄핵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방송과 싸우려면 비상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런 분위기를 업고 崔대표와 당 3역은 이날 오전 비대위를 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崔대표는 "전당대회 연기로 선거대책위 출범도 미뤄져 비대위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비대위원장 3~4명에 비대위원 7~8명 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열린 당 운영위는 새 대표 선출을 위해 18일로 잡았던 임시 전당대회를 미뤘다. 당 대표 선거관리위 간사인 심재철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전당대회를 열어봐야 국민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데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들은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임시 전당대회를 무산시키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탄핵 역풍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도를 회복하려면 깊은 반성과 변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데도 전당대회를 무산시키는 건 당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남정호 기자<namj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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