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총선 前 헌재 결정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앞으로의 정국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상 초유의 탄핵심판 절차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적지 않다고 본다.

탄핵심판 절차는 통상의 징계 절차로 징계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한 고위공직자나, 독립된 신분이 보장된 고위공직자에 대한 파면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마련된 파면 절차인데, 기본적인 재판 구도는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기관이 되고, 국회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돼 형사소송에서의 검사 역할을 하고, 대통령이 피소추자로서 형사소송에서의 피고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탄핵심판 절차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를 접수시킴으로써 시작되는데, 소추의결서는 형사소송에서의 공소장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 건 소추의결서에는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과,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도술.안희정 등 측근 참모들과 공모해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돼 있다.

이 소추의결서는 곧바로 피소추자인 대통령에게 송달돼 대통령에게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대통령이 답변서를 제출하면 헌법재판소는 이 답변서를 다시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보내 국회 법사위원장과 대통령이 서로 서면공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변론기일을 정해 국회 법사위원장과 대통령을 소환하게 되는데, 변론기일에서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고, 대통령은 자신을 변호할 수 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 사실에 대한 진위를 밝히기 위해 증거조사를 실시하는데,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관하고 있는 관련 서류나 매스컴에서 보관하고 있는 필름을 제출받아 증거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측근비리와 관련해서는 측근 및 그 자금수수 상대방에 대해 증인신문이나, 자금거래와 관련된 금융기관에 대한 사실조회촉탁 등의 증거조사 절차가 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거조사를 마치면 헌법재판소는 변론을 종결한다.

그 뒤 재판관들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평의를 행하는데, 평의에서는 먼저 주심재판관이 사건에 대한 검토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 뒤, 최종적으로 표결하는 '평결'을 하게 된다. 평결의 결과 6인 이상의 재판관이 탄핵심판청구가 이유있다고 찬성해야 탄핵결정에 이르게 된다. 탄핵결정이 선고되면 대통령은 즉시 공직에서 파면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 대다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과 특별히 신속을 요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해진 절차가 있으므로 4월 총선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선고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5, 6월께 결정을 선고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증거조사 절차의 진행 여하에 따라서는 심판절차가 1년을 넘길 수도 있다.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정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 규정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행할 것이므로 국정공백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도수 변호사 전 헌법재판소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