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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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꾸 놀릴래요.이 나이에 어린 왕자라면 정신병자 아니오.당신이 평소 주장한 것이 나이 먹을 때 나이 먹지 않는 것이 정신병자라고 했으니까.』 주미리가 혓바닥을 만지며 대답했다.
『통증이 느껴져요.역시 당신은 내 사람이군요.우리는 언제 어디서도 함께 통해요.』 그러면서 주미리는 다시 민우에게 키스했다.그녀의 매끈한 혀가 뜨겁게 민우의 입속으로 들어왔다.민우는그녀의 혓바닥을 이빨로 잘근잘근 깨물었다.주미리는 민우를 꼭 품에 안으며 말했다.
『나이 먹을 때 나이 먹지 않는 것이 정신병자라는 주장은 철회할래요.서구 합리주의에서나 맞는 얘기죠.우리에게는 순수한 아이가 가장 성숙한 존재예요.나이를 먹으면서 어린애 같이 순수해지는 것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길이죠.』 주미리는 민우를 다시떼어놓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이제 당신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세요.저는 이 세계로 들어오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보았기 때문에당신의 현실에 맞는 말을 적절하게 해줄 수 있을 것같지 않아요.』 『내가 과거 정신병에 걸렸을 때 했던 체험을 당신은 죽은뒤에 맞았군요.』 『일부는 그래요.당신 말대로 정신병은 살아있는 죽음이니까요.그러나 전부는 아니예요.정신병은 역시 삶 가운데서 겪어야 하니까요.정신병이 가장 풀 블로운(full-blown:활짝 핀)했을 때만이 당신 말이 맞죠.』 『그럴 거예요.
나 역시 한순간에 삶을 초월한 쾌락,다음 순간에는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고 살래야 살 수도 없는 고통을 맞았으니까… 한가지만 물어볼테니 대답해줘요.당신은 누가 죽였소?』 『당신이 죽였죠?』 주미리가 장난기 어린 눈빛을 발하며 말했다.민우는 깜짝놀랐다. 『뭐라구요?』 『그러나 그 살인을 방조한 것은 저예요.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내가 죽인 거예요.자살한 거죠.저는 평소 뇌하수체 종양이 있었어요.수술하기도 힘들고 감마 나이프로도접근하기 힘든 부위였어요.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경외과 의사 들도 자신이 없어서 저 자신에게 선택을 맡겼죠.저는 수술을 포기했어요.조금이라도 당신과 더 건강하게 만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그후 저는 자기 최면으로 뇌암을 이겨보려고했죠.그 얘기 아시죠?뇌암을 암시로 치료한 케이스 얘기… .』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얘기는 주미리가 인용하기를 좋아하는얘기였다.뇌암에 걸린 한 아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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