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로터스社 인수 秘話-협상 안먹히자 M&A로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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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것은 한편의 작전을 방불케했다.치밀한 준비,인터네트까지 동원한 홍보전략,인수계획 발표후 6일만의 인수등….」IBM이 소프트업체인 로터스사를 전격 인수한 뒷이야기는 전쟁을 치른 것같이 흥미진진한 구석이 많다.교과서식의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의한사례로 꼽힐 만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지난 5월12일.IBM의 루이 거스너 2세(53)회장은 주요임원과 부장을 소집,인수절차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근 한달반에 걸친 공격적인 인수에 따른 내부여건 검토를 끝낸 뒤였다.「행동계획 개시」였다.
IBM은 숙적 마이크로소프트사와의 경쟁을 위해 로터스의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했다.오랫동안 IBM측은 짐 만지(43)사장과접촉,인수교섭을 벌였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결론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이런 공격적인 인수절차 검토로 전환한것이 지난 3월말이었다.
4월1일부터 인수에 따른 문제점 검토가 시작됐다.제롬 요크 수석 금융부장과 리 데이튼 영업개발부장의 지휘 아래 10여명의팀이 구성됐다.연구주제는 로터스의 소프트웨어가 IBM의 소프트웨어와 조화될 수 있을지 여부.
연구 결과는 5월까지 수시로 로터스와 인수 교섭을 벌여온 존톰슨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부사장에게 보고됐다.
4월중에는 또 은행관계자와 변호사까지 끌어들여 IBM의 자산상태를 점검했다.「문제는 없음」이었다.인수가격 결정만 남았다.
구체적인 인수작업에 돌입하면서 IBM이 정한 첫째 목표는 반드시 인수한다는 것.AT&T나 오러클사등 다른 경쟁자들이 인수에 나서지 못하도록 높은 가격을 부른다는 원칙을 세웠다.그래서당시 로터스의 주가(30달러)의 두배인 주당 6 0달러를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
IBM이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자칫 공격적인 인수제의가 로터스 종업원의 사기를 떨어뜨려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을 가진 직원이떠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로터스의 베스트 셀러인 집단 작업 프로그램 「노트」의 개발자레이몽 오지등의 인력을 잡아두는게 인수의 생명.따라서 그들이 남도록 설득작업이 필요했다.
기업인수 전 피인수 기업 직원들과의 접촉은 불법이었다.따라서IBM은 인터네트에 로터스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가 이루어지더라도 로터스의 소프트웨어는 존속시킬 것이라고 알렸다.로터스의직원들뿐만 아니라 주주들을 겨냥한 것이다.
6월5일 인수합병 사실을 공표하기전 거스너 회장은 모의 기자회견까지 가졌다.「왜 공격적으로 인수하느냐」「가격은 높지 않은가」,심지어「로터스의 비서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도전적인 예상질문까지 홍보실은 준비,회장에게 물었다.
기자회견후 IBM측은 인터네트에 인수 계획을 띄웠다.거스너 회장이 로터스의 짐 만지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IBM직원에게 보내는 편지도 올렸다.
그후 前IBM이사 제임스 캐너비노가 나서 로터스의 몇몇 전.
현직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만지 사장의 소리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인수는 시계바늘처럼 정확히 이루어졌다』고 컬럼비아大 기업인수합병전문가인 하베이 골드슈미드 교수는 말했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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