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떻게 되나-점진적 改善 전망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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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일성(金日成)사망 1주기를 맞아 북한은 김정일(金正日)로의권력승계를 비롯한 정치일정을 확정한 듯한 분위기다.
이와함께 북한은 베이징(北京)쌀회담에 응하는 등 김일성 조문파동을 이유로 동결시켰던 남북한간 접촉에도 조심스럽게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김일성 사망이전 추진되던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갑작스럽게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다만 점진적으로나마 개선 방향으로 진전될 것만은 틀림없다고 전망한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은『북한 입장에서 남한과 관계개선은 체제에 부담을 주는 트로이 목마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북한이 적극적으로나설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다만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남한과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있다』고 지적,점진적 개선을 점쳤다.
북한이 남한과 관계개선에 어느 정도나마 나서지 않을 수 없는이유중 하나는 경제문제다.
북한은 최근 매우 적극적으로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것으로 전해진다.당초 나진-선진(羅津-先鋒)지역으로만 국한할 것으로 예상되던 개방지역도 청진(淸津). 김책(金策)지역까지로 확대할 것이라는 정보도 있다(本紙 7 월7일字 2面). 특히 베이징에서 북한의 경제담당자들과 접촉해온 기업인들은 북한이 남한기업의 북한진출에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또 최근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경협이 가능하다는 정책에서 일부 탈피해 소규모지만 대우(大宇)의 對북한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우리 정부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제2차 쌀회담에서북한과 경제공동위를 재가동,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을 체결하는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의지는 경협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를 본격적으로 재가동함으로써 90년대 초반의「남북한 밀월」을 재현하자는 것.
그러나 남한이 주는 체제에 대한 위협을 우려하는 북한이 과연경제공동위 가동에 응할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남한기업의 본격적인 북한진출은 논의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쌀회담에서 전금철(全今哲)이 반관반민(半官半民)성격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고문자격으로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적 필요를 충당하기 위한 변칙적인 형태의 「당국간 접촉」은 계속할 전망이다.
한편 올해가 광복 50주년이라는 점도 남북관계의 단기적 전망에 고려해야할 요소다.
북한은 최근 8.15 50주년 공동기념행사 개최를 주장하며 남한의 재야운동권을 겨냥한 선전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통일전선전술 차원의 활동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국이 주도하는 행사가 아닌한 공동행사를개최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 8.15 공동기념행사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를 둘러싼 남북한간,나아가 우리 사회 내부의 논쟁만 무성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미치기 쉬운 요소라 할 수 있다.그리고「광복 50주년 열기」는막상 8.15가 지나면서부터는 급격히 가라앉을 전망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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