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21>14.한국농업이 해외진출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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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농업이 정부의 정책적 보호에 의존해 살아남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국제무역체제의 출범,농산물의 단계적인 수입개방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농업이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좁은 국토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발 상전환이 필요하다.일부 대기업은 이미 해외 농.축산물 생산기지의 건설을 추진중이기도 하다.한국농업의 해외진출 전략과 이에 따른 득실을전문가 진단으로 소개한다.
[편집자註] 우리 농업도 이제는 국제화에 눈을 떠야 한다.우루과이 라운드(UR)라는 큰 태풍이 지나간후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농업도 국제화.개방화시대에 결코 예외적인 산업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의 국제화를 농산물 수입개방 정도로 알고 있다.한국 농업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해외수출 가능성에 국제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러나 농업의 국제화는 이런 단계를 지 나 이미 생산지의 해외 이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21세기 농업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농업의 분업화.전문화와 함께 당연히 생산지의 해외이동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한국농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좁은 땅과 일손부족을 꼽을 수 있다.좁은 농지면적으로 인해 영농기계화에 한계가 있고 따라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농민들이 흘리는 땀만큼 개선되지 않는다.농촌에 일손이 부족하고,이로 인한 높은 인건비 부담 역시 우리 농업의경쟁력을 붙잡아 매놓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좁은 농지와 높은 인건비문제를 해외에서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상대적으로 농지와 노동력의 확보가 유리하고 기계화에 의한 농작업이 가능한 해외에서 농사를 지어 한국내 수요도 대고 나아가 외국으로 수출할 수 있 는 가능성을모색해 보자는 얘기다.마치 국내기업들이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시장을 겨냥해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듯 농업도 국경을 넘어 뻗어나가 보자는 것이다.
농업분야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국내기업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대륙종합개발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삼강평원을 개발해 밀.콩등의 재배를 추진중이다.고합그룹은 러시아 연해주와 아무르주에 대규모 농.축산물단지 개발을,삼 성물산은 아르헨티나 북부에 농사용지 매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농업의 해외진출은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차원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일반 농업경영자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농업의 분업화.전문화와 수송및 저장기술등 농업연관기술의 발달로 식량작물과 같이 대규모 농지를 필 요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농업의 해외진출이 소규모로도 얼마든지 가능한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과거의 농업은 채종(採種)단계에서부터 수확후 판매에 이르는 모든 작업과정을 개별 농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야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이미 종자판매나 수확후의 가공.유통이 전문분야로 떨어져나갔다.앞으로는 품목에 따라 조직배양단계.육묘단계.경작지에서의 성장단계 등으로 농업생산의 모든 단계가 분업화.전문화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농업의 분업화.전문화는 한가지 품목을 생산하면서도 생산단계에따라 생산지를 이동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따라서 농업경영자는 조직배양기술이나 전문인력이 필요한 생산단계는 어디에서 하는것이 품질개선에 유리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식물의 성장에 적절한 기후조건과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고,소비지 시장과 가까운 곳은 어디인지를 찾아 생산단계별로 생산지를 이동시킬 수 있다.그렇게 해야만 생산비를 최대한 떨어뜨리면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은 극대화 시켜 우리농업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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