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만델라 대통령을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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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넬슨 만델라 南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이 6일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남아공(南阿共)이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친밀했던 나라도아니고,세계의 정치.경제를 주름잡는 낯익은 대국(大國)도 아니지만 만델라 대통령의 방한에 우리는 각별한 의의 (意義)를 두고 싶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남아공과 교류와 협력확대의 계기를맞게된 것도 중요하지만 만델라대통령이 지닌 상징성이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그가 남아공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대통령이된 다음의 행적에서 우리는 한 인간의 자유정 신의 승리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화합과 관용을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바로 그 때문에 그는 단순히 백인 우월주의의 인종분리정책에 저항한 남아프리카의 인권운동가나 투사의 차원을 넘어 흑백공존의 바탕을 다지고,평 화와 화해를 상징하는 국제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냉전종식후 곳곳에서 인종적.민족적 갈등으로 유혈분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만델라대통령이 남아공에서 구현한 용서와 관용의 정신은 더욱 돋보인다.
이러한 인간승리의 기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만델라대통령이 국가지도자로서 정치.경제적 현실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고 있다.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의 기반이 워낙 취약해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은 없어졌지만 실제 생활에서 흑백간의 격차는 그대로 남아있다.
50%에 이르는 실업률이 모두 흑인 몫이라는 데서 그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경제성장도 1988년 이후 거의 멈춰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남아공 정부는 외국의 투자를 유치,경제를 활성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만델라대통령 역시 이를 위해 활발한 경제외교를 벌이고 있다.그가 우리나라를 찾는 것도 그런목적에서 예외는 아니다.
일천한 외교관계에 비추어 양국 경제분야의 교류는 꾸준히 증가돼 앞으로도 협력분야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그런 기대와 아울러 만델라의 이번 방한은 그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말했던 『모든 사람에게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평화를… 모든 사람에게 일과 빵과 소금을…』이라는 말을 또 한번 기억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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