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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청개구리 證市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증시의 주가는 경제 상태와 함께 움직인다고 한다.경제상태가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나빠지면 주가도 덩달아 떨어진다.그러나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증시가 달아오르고,반대로 경제는 좋은데도주가는 계속 빠지는 현상들이 속출한다.소위 「월 스트리트(증시)와 메인 스트리트(전체경제)가 따로 노는」이상(異常)현상이다.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로 증시에 국경이 흐려지면서 이상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전체 경제상황과 기업의 수익성이 그저 그런 미국의 증시는 금년 상반기중 87년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다.성장세가 가장 활발한 태평양 연안과 중남미의 증시들이 도리어 죽을쑤었다.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유럽 증시는 달러약세로 주가(달러환산)가 올라 미국 다음으로 경기를 누렸다.
손꼽는 기관투자가들이 이론을 거역하는 「청개구리」들에 압도당했다.케인스는 주식투자를 어느 신문사의 미인선발에 비겼다.1백명의 미녀사진을 놓고 독자투표로 가장 예쁜 6명을 뽑고,이를 알아맞힌 독자들을 시상한다.상을 타려면 자기눈에 가장 예쁘게 보이는 사람보다 남들 눈에 두루 예쁘게 보이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그는 권고했다.
케인스의 통찰은 60년대 「유효시장가설」(Efficient Markets Hypothesis;EMH)이론으로 발전했고 지난 30여년동안 투자이론의 교과서였다.주식시장은 모든 정보가 그때 그때 가격에 자동적으로 반영되는 효율적 시장이다.개인이 흐름을 좌우할 수 없고,시장을 거역해 이익을 볼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수익이나 배당면에서 실적이 좋고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된 성장주식들이 「미인」으로 비친다.이 EMH이론에 현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남들이 사들일 때 던지고,남들이 던질 때 사들이는 「청개구리투자」(contrarian investment)의 눈부신 성공이 그 하나다.63년부터 90년까지 시장가격이 낮게 평가된 「미운 오리」들의 수익률이 「미인」들보다 월등히 높 게 나타났다.시장을 비웃고 주무르는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의 귀재도 속출한다. 공교롭게도 이 연구결과는 EMH이론의 요람 시카고대학에서 나왔다.이 분야의 권위자 유진 파마는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률도 크다며 EMH이론의 테두리 안에 서 설명을 시도한다.그러나 실제 이들 주식의 리스크는 그다지 높지않고 시장침체기일수록 이들의 실적은 돋보였다.기대치가 부정확하고 그 가격결정이 비효율적이면 「효율적 시장」은 흔들린다.「내부정보」에 의한 불공정 게임이 끼어들고,「제 눈에 안경식」 미인들이 설치면 「유효시장」의 가설은 설 땅을 잃는다.컴퓨터 모델을 통한 분산투자로 리스크 최소화가 지금까지의 투자전략이다.
그러나 투자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EMH는 「글로벌 모델」로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시장을 조금 열었을 때는 다투어 비집고 들어왔다 문호를 확대하기가 무섭게 한국의 증시를 빠져나가는 글로벌 머니의 생리는 무엇인가.바람은 다시 유럽쪽으 로 불기 시작했다.일기가 혼미할수록 날뛰는 것은 글로벌 청개구리들이다.
〈本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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