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춤이 있는 리사이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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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새로운 연주자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연주자의 「새로운 변신」도 더욱 신선한 충격을 주는 법이다.
지난달 29~30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춤이 있는 리사이틀」은 김영욱 바이올린 독주회라기보다 두명의 음악가와 두명의 무용수를 위한 「실내악 무대」였다.
김영욱의 연주는 정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그러나 신선한 감동과 함께.
김영욱의 변신은 단순히 「음악과 무용의 만남」이라는 형식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다.음악이 무용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아니라동등한 자격으로 무대 위를 수놓았다.
구태의연한 프로그램과 연주회 형식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음악계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교훈을 안겨주었다.더구나 김영욱이라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에 안주해도 될만한 수준의 아티스트가 아닌가.
청중들도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음이 증명된 연주회였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새로운 무대에 푹 젖어드는듯 했다.
라벨의 『듀오 콘체르탄테』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무대 왼쪽에 자리잡았고 1악장이 흐르는 동안 무용수들은 피아노 뒤에 서서 음악을 듣기만 했다.
그 다음 무대쪽으로 옮겨가 그들이 들은 바를 춤으로 표현했다.무용수들은 때로 청중이 되어 음악을 듣다가 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말하자면 청중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뉴욕시티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있는 달시 키슬러와 니콜라이 후 버는 전반부에서 고조된 움직임의 충동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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